트럼프 "내가 몇 가지 제안했다"…자산 부풀리기 의혹 일부 인정

서유진 2023. 11.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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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동산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민사 재판에 출석해, 과거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이뤄진 가치 평가 과정에 본인이 일부 개입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던 기존 주장을 뒤집는 발언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 있는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직접 관여했는지 묻는 검찰 질문에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것을 주도록 사람들에게 말하고 승인한 것뿐이다"고 답했다. 재무제표 기록에 대해선 "내가 봤고, 어떤 경우 몇 가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해튼에 있는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의 기존 평가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재무제표상 가치를 낮췄다고 시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 미국 뉴욕 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이런 진술이 재무제표 작성에 본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점심 후 재개된 재판에서 그는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가 실제 크기의 3배로 기재된 이유를 검찰 측이 묻자 "실수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가 다시 "건물의 지붕 면적을 추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세븐 스프링스의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정치적 마녀사냥" 주장…판사, 발언 자제시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향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6일 미국 뉴욕 법원에서 열린 트럼프 민사 사기 재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서 엔고론 판사 옆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재판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에는 "엔고론 판사는 날 사기꾼이라고 불렀고,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사기는 내가 아니라 법원이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광설이 이어지자 발언을 짧게 해달라고 여러 번 주의를 줬다. 그는 이어 "이것은 정치집회가 아니다"라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자제시켰다. 트럼프의 독백에 가까운 진술 일부는 기록에서 지우라는 지시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신들이 나를 온종일 이 법정에 세우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은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민사 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뉴욕 법원 출석을 앞두고 트럼프타워를 경비하는 경찰.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9월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은행 대출 등을 쉽게 하기 위해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빌딩·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3조원) 부풀려 보고했다며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그룹에 2억5000만 달러(약 3370억 원)의 부당이득 환수와 트럼프 일가의 뉴욕주 내 사업 영구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제임스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트럼프는 횡설수설했고 모욕을 퍼부었지만, 예상한 결과다"면서 "서류는 그가 자산을 거짓으로 부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8일 이어지는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가 출석해 증언한다.


형사재판서 측근 배신…사법 리스크↑

한편 4건의 형사재판에서는 과거 충성을 맹세한 트럼프 측근들이 잇따라 변심해 사법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ABC 뉴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던 마크 매도스 등이 '1·6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 중인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트럼프의 일관된 '부정 선거'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해온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가 청문회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입 폭동의 배후에 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AP=연합뉴스

또 조지아주 대선에 개입해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19명 가운데 최측근 3명이 잇따라 유죄 인정 합의를 택했다. 나머지 재판은 내년 초 줄줄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수감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옥중에 있어도 대선 후보 자격에는 문제없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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