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약했던 알포드, KT에 힘 못 쓴 오스틴...외인 방망이 터진 팀이 웃는다 [KS]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하는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외국인 타자들이 나란히 '천적'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타석에 들어선다.
LG와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을 치른다. LG는 케이시 켈리, KT는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LG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건 2002년 준우승 이후 21년 만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더 오래됐다. '신바람 야구' 신드롬을 일으키며 1994년 구단 역사상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이후 무려 29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 올해는 29년의 한을 반드시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LG가 2023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칠 수 있었던 데는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낸 부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4번타자 오스틴 딘이 139경기 타율 0.313(520타수 163안타) 23홈런 97타점 7도루 OPS 0.893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트윈스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LG는 구단 역사상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2022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고도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덜미를 잡혔다. 1승 3패로 무너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불발됐다.
LG가 키움을 넘지 못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화력 싸움에서 키움에 밀린 탓이 컸다. LG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를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시즌 출발을 함께했던 리오 루이즈는 27경기 타율 0.155(84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OPS 0.644의 처참한 성적을 남긴 채 퇴출됐다. 대체 선수로 영입한 로벨 가르시아까지 39경기 타율 0.206(136타수 28안타) 4홈런 19타점 OPS 0.661로 가을야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팀을 떠났다.
외국인 타자의 부재는 LG의 발목을 잡았다. 승부처에서 게임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한방이 부족했고 역대급 업셋(Upset)의 희생양이 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오스틴이라는 확실한 해결사를 갖춘 상태에서 트로피를 향한 질주를 준비했다. 오스틴이 한국시리즈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LG의 대권 도전은 수월해질 수 있다.
오스틴도 불안 요소는 있다. 올 시즌 유독 KT전에서 약했다. KT 투수들을 상대로 16경기 타율 0.226(62타수 14안타) 8타점 OPS 0.552로 기록이 좋지 않다. 유일하게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팀이 KT다.
특히 KT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에 11타수 1안타로 힘을 못 썼다. 벤자민이 오는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4차전 선발투수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스틴에게는 '천적'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다만 1차전 KT 선발투수 고영표를 상대로는 9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의 전적도 6타수 2안타로 준수하다. 셋업맨 박영현에 3타수 1안타, 마무리 김재윤에 2타수 1안타 등 다른 KT 주축 투수와의 승부에서는 제 몫을 해줬다.
KT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넘보기 위해서는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의 활약 여부가 중요하다. 알포드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33경기 타율 0.289(491타수 142안타) 15홈런 70타점 17도루 OPS 0.812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알포드는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고 80경기 타율 0.286(283타수) 81안타 14홈런 50타점 5도루 OPS 0.871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올해도 마법사 군단 주축 타자로 활약했다.
5월까지 꼴찌에 머물렀던 KT의 6월 대반격 핵심에는 알포드가 있었다. 알포드는 6월 15경기 타율 0.367(60타수 22안타) 1홈런 6타점 OPS 0.909로 맹타를 휘둘렀다.
KT가 2023 시즌 후반기 막판 여유 있게 2위를 굳힐 수 있었던 데는 알포드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알포드는 10월 10경기에서 타율 0.368(38타수 14안타) 1홈런 7타점 OPS 9.905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알포드는 포스트시즌 돌입 후 타격감이 주춤하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타율 0.143(1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알포드는 플레이오프 4차전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 1볼넷을 제외하고 1~2차전, 5차전까지 무안타로 침묵했다. 1차전 4타수 무안타를 제외하고 매 경기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파괴력이 부족했다.
알포드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KT 타선의 파괴력이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민혁이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외야 수비 소화가 불가능해 알포드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도 마땅치 않다.
알포드가 정규시즌에서 LG 투수들에게 약했던 부분도 KT로서는 신경이 쓰인다. 알포드는 LG전 16경기에서 타율 0.219(64타수 14안타) 3홈런 10타점 OPS 0.695를 기록했다. 홈런 3개가 있기는 하지만 9개 구단 상대 타율 중 가장 낮다.
한국시리즈 1차전 LG 선발투수 켈리에는 12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LG 필승조 정우영(3타수 무안타), 김진성(6타수 무안타), 함덕주(4타수 무안타)에게 말 그대로 '봉쇄' 당했다.
LG 투수진은 3주 넘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100% 구위, 컨디션으로 KT 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알포드가 자신을 괴롭혔던 LG의 리그 최강 불펜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KT의 공격도 꼬일 수밖에 없다.
2023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은 양 팀 외국인 타자들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오스틴, 알포드 중 누가 먼저 약세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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