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의 열망' LG와 '신흥 명문' kt의 격돌
[양형석 기자]
▲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와 kt wiz 양 팀 선수, 감독들이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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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1위 LG와 2위 kt가 올 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진검승부를 벌인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트윈스와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는 kt 위즈는 7일부터 7전 4선승제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정규리그 우승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정규리그 2위팀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정규리그 1위와 2위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2018년(SK 와이번스 vs. 두산 베어스) 이후 5년 만이다.
LG는 정규리그에서 kt를 6.5경기 차이로 앞섰고 상대전적에서도 10승 6패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kt의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5개, 코치로 1회(2009년), 감독으로 1회(2021년) 등 총 7개의 우승반지를 보유한 인물이다. 게다가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기세도 등등하다. 과연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와 징검다리 우승에 도전하는 kt 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환하게 웃을 팀은 어디일까.
[LG 트윈스] 마지막 우승, 30년이 될 수는 없다
지난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서는 LG를 모티브로 만든 프로야구팀 서울 쌍둥이의 코치 성동일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하숙생들 앞에서 "이제는 서울 쌍둥이의 시대가 열린 것이여!"라고 외친다. 하지만 극 중 서울 쌍둥이는 20년 가까이 다음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현실에서는 거기에서 10년을 더한 29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LG 구단과 팬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과 한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LG는 외국인 투수 애덤 플럿코가 정규리그 막판부터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고 결국 정규리그가 끝나고 팀을 떠나는 대형악재가 있었다. LG는 외국인 투수가 한 명 밖에 없음에도 한국시리즈에서 케이시 켈리와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그만큼 염경엽 감독과 경헌호 투수코치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발투수들을 부족하지 않게 준비시켜 뒀다는 뜻이다.
LG는 올해 김진성과 함덕주, 유영찬, 백승현, 정우영, 박명근 등 무려 6명의 투수가 시즌 9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하며 막강한 불펜진을 구축했다. 작년 홀드왕을 차지했던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이 프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펜 평균자책점(3.41)과 홀드(92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만 지난 1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마무리 고우석이 허리통증으로 투구를 중단한 것은 이번 한국시리즈 LG의 불안요소다.
LG는 정규리그에서 팀 타율(.279)과 팀 득점(767점), 팀 OPS(출루율+장타율, .755)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강한 타선의 힘을 발휘했다. 특히 득점(109점)과 출루율(.444) 등 개인 타이틀 2관왕에 오른 홍창기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박해민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는 그 어떤 팀도 따라올 수 없는 LG의 자랑이다. 여기에 문보경과 문성주, 박동원 등 하위 타선까지 힘을 발휘한다면 LG는 시리즈를 훨씬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LG는 1990년과 1994년 우승을 차지했던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4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조기에 끝낸 바 있다. 반면에 시리즈가 5차전 이상으로 넘어갔을 때는 모두 상대에게 우승을 내준 바 있다. 따라서 LG는 안방에서 열리는 1, 2차전 승리를 통해 시리즈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일 1차전 선발로 예고된 외국인 에이스 켈리와 8일 2차전 선발이 유력한 14승 투수 임찬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kt 위즈] '징검다리 우승'으로 신흥명문 굳힌다
안방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줄 때만 해도 야구 팬들은 연패를 당한 kt가 가을야구에서 파죽의 9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던 NC의 기세를 꺾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kt는 적지인 창원에서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5일에 열린 5차전에서 0-2의 스코어를 3-2로 뒤집은 kt는 1996년의 현대 유니콘스, 2009년의 SK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kt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LG전에 강했던 좌완 에이스 웨스 벤자민을 선발로 투입했고 벤자민은 5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졌다. kt는 벤자민이 2차전까지 등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1차전엔 토종 에이스 고영표, 2차전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로 LG의 원투펀치를 상대해야 한다. 특히 kt 입장에서는 올해 LG전 3경기에 등판해 11이닝 14실점(평균자책점 11.45)으로 부진했던 쿠에바스의 호투가 매우 절실하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불펜의 젊은 원투펀치 손동현과 박영현을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두 불펜투수가 플레이오프에서 12이닝을 합작하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2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김재윤까지 더하면 kt의 필승조 삼총사는 플레이오프에서 1승2세이브3홀드(14이닝 무실점)를 기록했다. 다만 필승조 3인방을 제외하면 확실한 불펜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kt의 약점이다.
kt타선은 플레이오프에서 김민혁(3타수 2안타 2타점), 배정대(16타수 6안타 2홈런 8타점), 장성우(18타수 6안타 1홈런 2타점) 등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에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1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와 박병호(20타수 4안타 1타점), 김상수(19타수 4안타 2타점), 황재균(21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알포드와 함께 경험 많은 베테랑 타자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던 1996년의 현대와 2009년의 SK는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와 KIA 타이거즈에게 패해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역대 세 번째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 구단 kt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LG라는 버거운 상대를 꺾어야 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kt가 2021년에 이어 '징검다리 우승'까지 달성한다면 2020년대 KBO리그의 확실한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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