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을 기다린 한풀이냐, 막내의 역전 마법이냐

이준목 2023. 11. 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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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리즈] 2023 KBO리그 최강자는 누구일까

[이준목 기자]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왼쪽)과 kt wiz 이강철 감독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1.6
ⓒ 연합뉴스
 
29년을 기다린 쌍둥이의 한풀이냐, 꼴찌에서 우승이라는 대반전을 꿈꾸는 막내의 마법이냐. 2023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가 정규리그 1위 LG 트윈스와 2위 kt 위즈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두 팀은 11월 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LG 켈리 대 kt 고영표 선발)으로 시리즈의 막을 올린다.

LG는 프로출범 원년부터 전신인 MBC 청룡(1982-1989)을 거쳐 1990년 럭키금성그룹(현 LG)에 인수되어 KBO리그 총 42시즌의 역사를 이어왔다. 전성기는 창단 초기였던 1990년대로 이른바 '신바람 야구'를 표방하여 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부상했고,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의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1994년을 끝으로 LG는 한동안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3번(1997-1998, 2002) 더 진출했지만 당시 막강전력을 구축한 해태, 현대, 삼성 등에 밀려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2년 준우승 이후로는 '암흑기'에 접어들며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2003-2012)'라는 최초의 흑역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LG는 2013년(2위)부터 다시 가을야구 무대를 밟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까지 LG는 '중흥의 10년'사이 7번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번번이 우승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LG는 1994년 통합우승 이후 무려 28년 연속으로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1992년 마지막 우승)의 31년 연속에 이어 KBO리그 역대 2번째 최장기간 무관 기록이었다.

2023시즌 LG는 그 어느 때보다 정상탈환을 위하여 절치부심했다. LG는 정규시즌을 86승 2무 56패(승률 .606)로 마치며 2위와 6.5게임차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행은 무려 21년 만이었다. 팀타율(.279)-평균자책점(3.67) 1위를 비롯하여 투타 주요 9개부문(타점, 득점, 도루, 출루율, 장타율, 최저실점, 홀드)을 독식할만큼 공수밸런스 면에서도 완벽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보다 먼저 우승팀이 확정된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모두 장기간 우승하지 못했던 팀들이 무관의 사슬을 끊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박찬호와 추신수 등이 거쳐갔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창단 62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일본에서는 오승환이 활약했던 한신 타이거즈가 38년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만일 LG마저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다면 2023년은 한미일 야구가 모두 '무관의 저주'를 풀어냈다는 공통분모로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이에 맞서는 kt는 '꼴찌에서 우승까지' 역전의 마법을 노린다. kt는 2015년부터 제 10구단으로 프로야구 1군무대에 합류한 '막내 구단'이다. 초창기에는 창단 첫 해인 2015시즌부터 3년 연속 최하위를 비롯하여 5년연속(10-10-10-9-6)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2020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데 이어 이듬해인 2021시즌에는 창단 7년만에 첫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원년팀들을 제외하고 'KBO리그 신생팀 역대 최단기간 우승'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kt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시즌에는 초반 꼴찌로 추락했다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는 드라마틱한 대반전을 이뤄냈다. 초반 부상 병동에 허덕인 kt는 개막 4월 7승 2무 14패(승률 .333), 5월 9승 15패(승률 .375)로 부진했다. 5월 중순까지는 리그 최하위였고 승패 마진이 가장 크게 벌어졌을때는 무려 –14(10승 2무 24패)까지 이르렀다. 꼴찌에 머문 기간은 무려 20일이나 됐다.

하지만 6월부터 부상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정상전력을 회복한 kt는 6월 15승8패(승률 0.652), 7월에도 19승6무13패(승률 .684)로 반등했고, 8월에는 무려 19승 4패(승률 .8260로 8할대 승률을 찍으며 순위가 쑥쑥 상승했다. 2위까지 치고 올라온 kt는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따내며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초반과 9월(10승1무 11패)의 부진만 아니었다면 LG와 1위 다툼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kt는 정규리그 4위로 와일드카드-준PO를 거쳐 올라온 NC를 상대로 1, 2차전을 내리 내주며 충격적인 업셋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3차전부터 마운드 싸움에서 NC를 압도하며 내리 3연승을 거두는 '역스윕'으로, 정규리그에 이은 또 한번의 대역전극 신화를 달성했다. 어쩌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위를 확저하며 통합우승까지 차지했던 2021년보다 더 극적이었다.

2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돌아온 kt가 내친김에 1위 LG마저 꺾고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마법같은 시즌의 화룡점정이 된다. 또한 창단 9년차인 kt는 SK(2007-2008년, 현 SSG)에 이어 'KBO리그 역대 신생팀 최단기간 V2 달성'이라는 타이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LG와 KT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은 10승 6패로 LG의 우위다. 출루율 1위(.444)와 최다안타 3위(174개)에 오른 리드오프 홍창기를 중심으로 문보경, 문성주, 김현수의 좌타 라인, 오스틴 딘, 박동원, 오지환의 장타력, 박해민과 신민재의 기동력까지 타선의 밸런스가 좋고 공격루트가 다양하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또한 고우석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도 양과 질에서 모두 우수하다. LG는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1위(3.43)이며, 역전승도 최다 1위(42회)를 기록할만큼 뒷심에 강했다. 선수단의 체력적인 면에서도 정규시즌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KT보다 우위에 있다.

다만 LG의 불안요소는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막내구단인 KT가 불과 2년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멤버들을 다수 보유한 것과 달리, LG는 프랜차이즈 출신 주축 선수중에는 우승이나 한국시리즈 경험이 있는 선수는 전무하다. 그나마 김현수, 최원태, 함덕주, 김진성, 박동원, 박해민 등 이적생 출신들이 있지만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사령탑 염경엽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아직 전무하다.

실제로 LG는 2021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4위인 두산 베어스에게, 2022년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키움 히어로즈에게 2년 연속 업셋을 당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전반기에 에이스로 활약했던 아담 플럿코가 태업 논란 끝에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퇴출되며 선발진도 약화된 것도 변수다. LG는 케이시 켈리, 최원태, 임찬규, 김윤식까지 4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사시 정우영-이정용을 조기투입하는 물량공세로 메운다는 복안이다.

kt는 고영표-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으로 이어지는 '선발야구'가 강점이다. 엄상백과 배제성도 언제든 선발이나 롱릴리프로 대기할수 있다. kt 마운드는 플레이오프에서 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던 NC 타선을 평균자책점 2.20으로 봉쇄한바 있다.

그런데 쿠에바스는 LG를 상대로는 올시즌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1.45(11이닝 14자책), 피안타율이 .429로 가장 부진했다. 고영표도 LG전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좋지않았다. 'LG 킬러'인 벤자민만 5경기 4승 평균자책점 0.84로 매우 강했다.

LG로서는 타자들이 정규시즌만큼 kt 선발진을 조기에 공략하여 무너뜨릴수 있느냐가, kt로서는 PO에서 부진했던 박병호(20타수 4안타)와 앤서니 알포드(14타수 2안타)의 중심타선이 살아날 수 있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가 단일리그로 진행된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 팀(양대 리그로 열린 1999~2000년 제외)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확률은 84.4%(27/32)였다. 1차전에 승리한 팀의 우승확률은 76.3%(29/38)였다. 우승의 자격은 더 간절한 팀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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