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전태일이 아니라 모두의 전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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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열다섯에 소년공으로 출발해 정년을 앞둔 현재까지 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시(詩)를 생산하는 표성배 시인이 새 시집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도서출판b)를 펴냈다. 당신이>
하종오 시인은 "그는 땀과 눈물과 피가 흐르는 그의 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도 노동자의 공장인 시집 안에서 노동의 망치 소리와 용접 불빛을 내기 위해 걷고 뛰고 숨 쉬고 있다. 이 표성배 시인에게 어느 독자인들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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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기자]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노동에서
희망의 노동으로
조금씩 환경이 바뀔 때마다
그곳엔 분명 전태일이 있었다."
-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일부
나이 열다섯에 소년공으로 출발해 정년을 앞둔 현재까지 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시(詩)를 생산하는 표성배 시인이 새 시집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도서출판b)를 펴냈다.
모두 55편이 실려 있는 그의 열 한 번째 시집에는 노동 체험의 감동이 짙게 묻어나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던 전태일(1948~1970) 열사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들이 많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시인에게 전태일은 "노동이 존중받는 / 노동에 귀천이 없는 나라 / 그런 나라에 살고 싶다 / 근로 시간이 줄고 귀족 노조가 어떻고 하지만 / 여전히 알 수 없는 내일 /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노동에서 / 희망의 노동으로 / 조금씩 환경이 바뀔 때마다 / 그곳"(당신이 전태일입니다)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 노동자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 시인은 "천만 노동자가 / 천만 노동자 손을 잡아주기만 하면 / 한 명 전태일이 / 천만 이천만 전태일이"(너무 쉽게 잊는)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백 년 이백 년 무너지지 않는 집이 될 것이라 / 환호했지만 김칫국을 너무 일찍 마셨다 / 환호성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 주춧돌이 내려앉고 대들보가 흔들렸다 / (중략) / 대문이 굳게 닫힌 집에는 / 따뜻한 밥이란 없다 / 수많은 전태일이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 노동조합 / 그 집이 위험하다"(가장 따스한 집)라고 진단한다.
"골목을 돌아서니 / 또 골목이다 한정 없이 캄캄한 / 1979년 열다섯 살 키가 다 자라기도 전에 / 나는 철공소에 취직했다 /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턱이 없는 / 빡빡머리 시다들 올망졸망 / 악다구니 속에서 기술을 익히려 애썼다 / 좀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 공장으로 옮기는 게 / 유일한 목표였던 철공소, / 1981년 형들이 어깨를 두드려 주어 / 야간 고등공민학교에 입학했다 / 선생님들이 교과서 내용도 / 잘 가르쳐 주었지만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도 /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 형들과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 교과서 안 공부보다 / 교과서 밖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 그러자 멀리 있는 별들이 점차 가깝게 보였다 /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 전태일이 분신까지 했다는데 / 목숨까지 바쳤다는데 / 그의 목소리가 이리도 생생하게 들리는데 / 지금도 철공소에는 /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이다."(시 "지금도 철공소에는" 전문)
"멈추지 않는 기계 앞에서 / 멈추지 않는 조립 라인 앞에서 / 나 자신에게 먼저 분노하고 / 동지의 어깨를 감싸주어야 하지만 / 늘 손가락은 밖을 향해 있었습니다 / 어둡고 캄캄한 밤일수록 / 누구보다 한 발 먼저 길 나서던 / 전태일이 된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 날마다 반성문을 씁니다."(시 '반성문' 일부)
표성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전태일은 누구의 전태일이 아닙니다. 모두의 전태일입니다'라고 했다.
조기조 시인은 추천사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마산창원지역의 노동운동사에, 나아가 한국 현대사에 되비춤과 상호 투사를 통해서 견실한 문학적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는 이번 시집은 고난에 찬 자신의 삶에 스스로 고귀한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종오 시인은 "그는 땀과 눈물과 피가 흐르는 그의 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도 노동자의 공장인 시집 안에서 노동의 망치 소리와 용접 불빛을 내기 위해 걷고 뛰고 숨 쉬고 있다. 이 표성배 시인에게 어느 독자인들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표성배 시인은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등을 출간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4년), 경남작가상(2021년)을 받았다.
▲ 새 시집 <당신이 전태일 입니다>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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