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사업 확대한다는데…삼성·LG가 선택한 '이 분야'
탄소배출규제 강화 움직임 따라 성장
조주완 사장 직접 드라이브
LG전자, 알래스카에 R&D 연구소 설립
삼성전자, 지난달 EHS 신제품 출시
LG·삼성 아직은 존재감 미미
글로벌 공조 사업 상위 15개사에 이름 없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대 소비자(B2C) 간 시장이 얼어붙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업 대 기업(B2B) 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 이미 레드오션인 가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조(HVAC, 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는 추세다. 두 회사는 탄소를 덜 배출하는 냉난방공조에 주력해 유럽과 미국 등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HVAC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HVAC는 냉난방을 비롯해 습도, 공기 질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분야다. 시스템 에어컨, 히트 펌프(전기에너지로 열을 내는 장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구성된 HVAC는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설계돼 친환경, 고효율을 중시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조주완 사장이 HVAC를 직접 미래 사업 중 하나로 꼽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회사의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Top-tier·일류)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전 세계 HVAC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을 집중 공략해 공조 사업을 올해 가전 매출의 20% 이상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써마브이'다. 이 제품은 열교환기를 활용해 외부 공기를 압축해 냉방과 동일한 원리로 난방을 한다. 화석연료를 태운 열로 난방하는 기존 보일러에 비해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
최근엔 미국 알래스카에 HVAC 제품을 연구·개발(R&D)하는 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최고 수준의 난방 성능을 내는 히트펌프를 만들기 위해 알래스카에 연구실을 마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VAC 사업이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본부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자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공조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LG전자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해외법인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0년까지 필리핀,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 법인을 운영하다가 이듬해 폴란드, 이집트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 법인을 포함해 헝가리, 멕시코 등에도 해외 거점을 신규로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공조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해외 법인은 아직 없지만, 유럽에서 히트펌프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히트펌프를 사용한 냉난방 시스템인 'EHS' 제품을 내놓고 있다. EHS는 에어컨의 실내기에서 냉매와 물이 열교환되며 열에너지를 만들어 바닥 난방과 온수까지 가능한 에어컨 시스템이다. 지난해에는 유럽 EHS 매출을 전년 대비 118%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달엔 지구 온난화 지수가 기존 냉매(R410)보다 낮은 친환경 냉매 R290를 탑재한 EHS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HVAC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랩은 2021년 기준 전 세계 HVAC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가 일본의 다이킨공업(12.3%)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인 미디어그룹(11.3%)과 그리(10.5%)가 각각 2,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아일랜드의 트레인 테크놀로지(7.1%), 캐리어(5.7%), 미츠비시(3.5%), 존슨 컨트롤(3.1%), 파나소닉(3%) 등이 잇고 있다. 상위 15위 기업에 국내 기업은 없다.
전 세계 HVAC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2020년 2020억달러(약 285조7800억원) 수준이던 공조 시장은 2025년 2770억달러(약 359만8230억원), 2030년 3580억달러(약 465만4200억원)로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는 양사가 가진 고효율 프리미엄 기술을 기반으로 정체된 가전 시장의 수요를 다양한 사업으로 재창출할 계획이다. B2B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많아 B2C와 비교해 경기 민감도가 낮아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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