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속사도 "OK"했는데…BTS 제이홉 '군 행사' 취소 왜
군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처음으로 군 공식행사에 출연하는 방안이 성사 직전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무 중인 군인 신분인 만큼 연예인이 아닌 군인 본연의 모습으로 팬에게 다가가는 게 더 적절하는 데 군 당국과 BTS 측이 공감하면서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국제군인요리대회에선 당초 BTS 멤버 제이홉(29·본명 정호석)이 사회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추진됐다. 군 소식통은 “국제대회인 만큼 세계적인 스타인 BTS가 등장하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며 “제이홉의 참석에 무게를 두고 소속사와 의견을 조율해왔다”고 말했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황금삽 셰프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육·해·공·해병대 각군 조리병들이 요리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실시되다 이번에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군인이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로 규모를 키웠다.
이 같은 논의는 행사 참여에 대해 BTS 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며 속도가 붙었다. 그동안 군 당국은 “가능한 평범하게 군 복무를 하고 싶다”는 BTS 측의 의견을 존중해 군 행사에 BTS를 출연시키지 않았다.
BTS 진(31·본명 김석진)은 지난해 12월, 제이홉은 지난 4월 각각 입대해 모두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하며 특급전사로 선정되는 등 성실한 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멤버 슈가(30·본명 민윤기) 역시 눈에 띄는 언론 노출 없이 지난 9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현충일을 맞아 프로야구 시구 행사에 군 복무 중인 진과 제이홉 섭외를 검토했다가 멤버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포착됐다. 군 당국자는 “해당 행사가 국제대회로 치러지기 때문에 BTS 입장에선 오랜만에 전 세계 팬 앞에 나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제이홉이 특별한 공연 없이 사회자로 나서는 방안을 소속사와 잠정 합의했고, 의상·분장 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등 제이홉의 군 행사 데뷔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국방홍보원에선 BTS를 활용한 영상물로 국제군인요리대회를 홍보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된 만큼 자신의 보직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군과 BTS 모두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여기엔 연예 병사의 특혜를 마다하고 대한민국의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이 군 생활을 이어가는 BTS의 그동안 행보가 자칫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군 당국은 내부 논의를 거듭했고, 결국 제이홉의 출연은 없던 일이 됐다. 신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BTS가 다른 용사들처럼 병역 의무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국민께 더 좋은 모습이고 당연한 도리”라며 “앞으로 연예인을 하다 들어온 병사에게 보직 이외의 다른 일을 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이 같은 내용을 소속사 측에 전달했더니 ‘이해한다. 군인으로서 BTS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며 “행사를 준비한 군 실무자들도 아쉽지만 군 수뇌부와 소속사의 뜻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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