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속사도 "OK"했는데…BTS 제이홉 '군 행사' 취소 왜

이근평 2023. 11. 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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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처음으로 군 공식행사에 출연하는 방안이 성사 직전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무 중인 군인 신분인 만큼 연예인이 아닌 군인 본연의 모습으로 팬에게 다가가는 게 더 적절하는 데 군 당국과 BTS 측이 공감하면서다.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이 지난 10월 특급전사에 선정됐다고 밝히며 육군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6일 게시했다. 사진 위버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국제군인요리대회에선 당초 BTS 멤버 제이홉(29·본명 정호석)이 사회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추진됐다. 군 소식통은 “국제대회인 만큼 세계적인 스타인 BTS가 등장하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며 “제이홉의 참석에 무게를 두고 소속사와 의견을 조율해왔다”고 말했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황금삽 셰프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육·해·공·해병대 각군 조리병들이 요리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실시되다 이번에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군인이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로 규모를 키웠다.

이 같은 논의는 행사 참여에 대해 BTS 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며 속도가 붙었다. 그동안 군 당국은 “가능한 평범하게 군 복무를 하고 싶다”는 BTS 측의 의견을 존중해 군 행사에 BTS를 출연시키지 않았다.

BTS 진(31·본명 김석진)은 지난해 12월, 제이홉은 지난 4월 각각 입대해 모두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복무하며 특급전사로 선정되는 등 성실한 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멤버 슈가(30·본명 민윤기) 역시 눈에 띄는 언론 노출 없이 지난 9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현충일을 맞아 프로야구 시구 행사에 군 복무 중인 진과 제이홉 섭외를 검토했다가 멤버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포착됐다. 군 당국자는 “해당 행사가 국제대회로 치러지기 때문에 BTS 입장에선 오랜만에 전 세계 팬 앞에 나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이 지난 4월 18일 강원도의 한 육군 사단 신병교육대로 입대한 가운데 멤버들이 배웅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방탄소년단 SNS 캡처


군 당국은 제이홉이 특별한 공연 없이 사회자로 나서는 방안을 소속사와 잠정 합의했고, 의상·분장 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등 제이홉의 군 행사 데뷔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국방홍보원에선 BTS를 활용한 영상물로 국제군인요리대회를 홍보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된 만큼 자신의 보직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군과 BTS 모두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여기엔 연예 병사의 특혜를 마다하고 대한민국의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이 군 생활을 이어가는 BTS의 그동안 행보가 자칫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군 당국은 내부 논의를 거듭했고, 결국 제이홉의 출연은 없던 일이 됐다. 신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BTS가 다른 용사들처럼 병역 의무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국민께 더 좋은 모습이고 당연한 도리”라며 “앞으로 연예인을 하다 들어온 병사에게 보직 이외의 다른 일을 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31·본명 김석진)이 18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군복을 입은 사진과 함께 "재밌게 잘 생활하고 있어요"라고 근황을 전했다. 사진 위버스 캡처


군 소식통은 “이 같은 내용을 소속사 측에 전달했더니 ‘이해한다. 군인으로서 BTS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며 “행사를 준비한 군 실무자들도 아쉽지만 군 수뇌부와 소속사의 뜻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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