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될 뻔했는데…'시즌 첫 출전' 다이어, 환상 발리골 VAR 취소 아깝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될 뻔한 순간이었다.
토트넘 베테랑 센터백 에릭 다이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전 수비수들이 줄줄이 다쳐 나가면서 생긴 토트넘 백4 라인 대위기에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단 1초도 뛰지 않았던 다이어를 불렀다. 몇 차례 좋은 수비 끝에 후반 중반엔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는 듯 했으나 비디오 판독(VAR)에 울었다.
다이어는 7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토트넘-첼시 홈 경기에서 전반 34분 브레넌 존선 대신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날 전반 중반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수비 공백이 생기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왼쪽 날개 존슨을 빼고 다이어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후보 명단 중 수비수는 다이어 한 명 뿐이었다.
긴박한 위기 속에서 호출 받은 셈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단에 속하면서 토트넘 핵심 선수로 뛰던 그는 이번 시즌 입지가 180도 달라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비중을 높였고, 그의 파트너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던 네덜란드 센터백 미키 판 더 펜을 영입해 짝을 붙였다. 그러면서 지난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3경기에 나서며 2골까지 터트렸던 다이어는 설 곳이 없었다.
그런 다이어를 두고 이탈리아 AS로마 등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빅리그에서 러브콜 보낸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으나 그의 선택은 결국 잔류였다. 이미 다이어가 포스테코글루 감독 계획에 없는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에 그의 선택은 1년을 그냥 버티겠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지난 달 A매치 브레이크 직후 첫 소집에서 다이어의 그런 입지가 다시 엿보였다. 토트넘 구단이 선수들의 구단 복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다이어에게도 카메라를 내밀자 그는 "내 영상 안 쓰는 것 다 안다. 안 찍어도 된다"며 쓴웃음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다이어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메로를 레드카드로 잃어버린 토트넘은 판더펜마저 전반 추가시간 상대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가다가 햄스트링을 부여 잡고 쓰러지면서 주전 센터백 2명을 모두 잃어버리는 대위기를 맞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수비 강화를 위해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까지 빼고 에메르송 로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다이어는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초반 상대의 크로스를 사력을 다해 걷어내는 등 경기 도중 교체로 들어가 허겁지겁 치른 시즌 첫 경기에서 나름 준수한 경기력을 드러냈다. 지난시즌까지의 경험을 살려 수비 리드도 제법 해냈다. 로메로와 판더펜이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한꺼번에 빠지면서 생긴 수비 공백을 잘 메웠다.
하지만 후반 10분 왼쪽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토트넘은 조금씩 무너졌고 결국 후반 30분 상대 원톱 니콜라스 잭슨에게 통한의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어가 영웅이 될뻔한 장면이 나왔다. 후반 33분 페드로 포로의 프리킥이 두 팀 선수들의 공중볼 다툼 뒤 문전에서 기가 막힌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9명이 싸우는 토트넘이 투혼의 2-2 무승부를 만드는 기적 같은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골을 확인한 뒤 달려나오던 다이어는 곧장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번쩍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이후 비디오판독(VAR)이 시행됐다. 프리킥 뒤 공중볼 다툼에서 토트넘이 아닌 첼시 선수의 머리를 맞았다면 다이어의 골이 인정될 수도 있었으나 오프사이드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에 걸려든 다이어 입장에선 두고두고 남을 순간이었다.
이 때 2-2를 만들지 못한 토트넘은 결국 잭슨에 두 골을 더 얻어맞고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이번 시즌 10경기 8승2무(승점 26) 상승세 끝에 처음으로 졌다. 순위도 맨체스터 시티(9승2패·승점 27)에 선두를 내준 2위가 됐다.
비록 득점은 아쉽게 무산됐으나 다이어는 당장 12일 열리는 울버햄프턴과의 원정 경기부터 수비라인을 이끌게 됐다. 로메로와 판더펜이 각각 퇴장과 부상 여파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맨유 해리 매과이어처럼 다시 날아오를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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