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구입 처벌' 나홀로 위헌…유남석 소장 마지막 소수의견

김정연 2023. 11. 7.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마지막 선고기일의 유남석 헌재소장. 뉴스1


오는 10일 퇴임을 앞둔 유남석 소장이, 대마 구매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마약류관리법에 대해 나 홀로 ‘위헌’ 의견을 냈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임기 중 마지막 선고일에 한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59조 1항 7호 위헌소원에 대해 재판관 8인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마약류관리법 59조 1항 7호는 ‘대마를 제조‧매매‧매매알선, 혹은 그 목적으로 대마 소지‧소유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벌칙조항이다.


유남석 소장 마지막 선고… 홀로 ‘위헌’ 의견


유 소장은 이날 총 66건의 선고사건 중 유독 이 사건에서 ‘나 홀로 소수의견’을 냈다. 유 소장은 “마약류 사용범죄는 스스로가 가장 주된 피해자로, 경우에 따라 비범죄화 대상 또는 치료 대상으로 논의될 여지가 있다”며 “유통에 기여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급범죄가 아니라 개인이 사용만 해도 ‘매매’로 일괄 처벌하는 규정은 대마의 해악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고, 제조·판매범과 같은 법정형인 것도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유 소장의 판단은 대마 매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10개월‧추징금 2327만원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인 헌법소원 청구인 A씨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A씨는 “대마 매수는 매도보다 사회적 위험성이 적은데 일괄적으로 같은 법정형을 규정하는 게 형벌 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대마보다 의존‧중독성이 높은 향정신성의약품은 ‘매매’의 죄질에 따라 벌금형이 가능하지만 대마 매수는 벌금형이 없는 것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판관 8인 “대마 해악 1년 이상 징역 합리적”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중앙포토

재판관 8인은 유 소장의 반대편에 섰다. 재판관 8인은 “대마의 해악성, 대마 매매행위의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책임-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량 유통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단순 수수‧소지‧사용은 벌금형인 데 비해 단순 매매에 ‘1년 이하 유기징역’은 합리적 법정형인 데다, 필요할 경우 집행유예·선고유예 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평등원칙 위반도 아니라고 봤다. “매수행위도 매도와 필요적 공범 관계에 있고, 매매자금을 제공해 공급원을 새롭게 창출하거나 기존의 판매조직을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도와 마찬가지로 위험성·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징역 1년은 법정형일 뿐 실제 양형은 다르게 부과할 수 있고, 현행 법정형도 현저하게 자의적이거나 균형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향정신성의약품과 비교해도 평등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헌재는 밝혔다. 재판관 8인은 “대마는 재배‧제조가 비교적 쉬워, 엄격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높고 접근성도 높다”며 “대마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의료용으로 허용되었고 그 사용범위도 제한적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마 유통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비해 덜 시급하다고 할 수도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사건은 유 소장이 퇴임 전 결론짓기를 원했던 사건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대마를 사용하기 위해 매매‧소지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의료용 대마 사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숙원이다. 2018년 12월 이후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지만, 구매 승인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대마 구매 미처벌’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한 헌재 관계자는 “마약 문제가 덜 심각했다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논의가 진행되면서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최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고 전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