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변화하는 인간의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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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똑똑하다는 것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지성(知性)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똑똑하다'라는 말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소통 능력을 가장 중요한 지성의 덕목으로 본다.
어떤 사회나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가장 빈번하게 요구되는 능력이 바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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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똑똑하다는 것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지성(知性)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똑똑하다’라는 말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소통 능력을 가장 중요한 지성의 덕목으로 본다. 어떤 사회나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가장 빈번하게 요구되는 능력이 바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통 능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문서작성 능력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예전에는 문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필기구도 변변치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종이가 매우 비쌌다. 그래서 문서를 작성하다가 틀려서 다시 쓰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틀리지 않고 문서를 한 번에 작성해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틀리지 않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었겠는가. 많은 문형을 외워두는 것이 한 방법이었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 거의 자동적으로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글을 쓰다가 막히더라도 많은 문형이 머리 안에 있으므로 즉흥적으로 작문할 수 있는 응용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 관료나 판관을 뽑는 시험은 주로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었다. 과거시험에서는 사서삼경을 외워야 했고, 과거시험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등문관시험 또는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육법전서를 잘 외우는 것이 중요했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시험공부라고 하면 대부분 외우는 것이었다. 국어 시험에 대비해서는 시와 수필의 많은 내용을 외워야 했고 고전문학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시조, 가사, 한시 등을 많이 외워야 했다. 역사나 지리와 같은 사회 시험공부도 대부분 외우는 것이었다. 수학이나 과학도 공식을 외우는 것이 중요했고, 화학도 주기율표와 화학식을 외우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문서작성 방법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종이가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또한 문서는 대부분 컴퓨터로 작성하기 때문에 틀려도 다시 고쳐서 인쇄하면 그만이다. 필요한 인용이나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찾아 선택한 후 간편하게 ‘Ctrl+C’로 저장했다가 ‘Ctrl+V’를 통해 원하는 곳에 복사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문서의 초고를 작성해 인쇄한 다음 빨간펜으로 여기저기 틀린 곳을 고친 후 완성하는 것이 문서를 작성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을 평가할 때 보고서나 감상문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부분 베껴서 쓰기 때문이다. 누가 원전을 썼는지 또는 어느 곳에서 인용했는지 알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젠 쓸데없이 많이 외울 필요가 없다. 육법전서를 굳이 안 외워도 최신 법조문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사이트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아낼 줄 아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니 단순한 암기력보다는 무엇이 어디 있는 줄을 아는 ‘검색(search)’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뿐만 아니라 여러 상이한 내용을 잘 연결하고 이를 일관된 논리나 하나의 스토리로 꿸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시험 문제는 얼마나 많이 알고 또 외우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기보다는 논리적인 연결 능력, 유추 능력 그리고 상황 대처 능력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경우가 많다.
무엇을 아느냐(know-what)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know-where)이 더 중요해졌다. 지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와 환경 그리고 기술 문명이 바뀌게 되면 지성의 성격도 변한다. 지성은 움직인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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