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앞에 쏟아지는 포퓰리즘, 결국 경제엔 독약이다

2023. 11. 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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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 증시 급등했지만


선거용 정책은 사회 혼란, 경제적 손실 불가피


어제 우리 증시에서 코스피가 5.66% 상승해 단숨에 2500선을 뚫는 등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도 7.34%나 오르는 폭등세였다.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공매도 전면 금지의 효과다. 이런 증시는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원했던 것인 동시에 그들의 환심을 사려는 여당과 정부가 노렸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매도엔 주가에 거품이 생기는 것을 막고 주가조작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다.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주가 부양을 위해 도입되는 공매도 금지는 금융 포퓰리즘의 하나다.

주요국 가운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다. 그 대가는 절대 작지 않다. 당장 글로벌 투자의 기준이 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어려워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가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신흥시장으로 간주되는 것 자체가 주식 저평가의 주요 이유가 된다.

금융당국의 칼끝은 이제 은행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은행권 이자 수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은행권이 더 크다”고 말했다. 횡재세, 과다 이익 환수 등의 조치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이다.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행위와 시중은행의 탐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사실상 방치해 온 금융당국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시장 약자인 개인투자자들은 그간 지속해서 불법 공매도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은행들의 ‘고금리 장사’는 지난해 그토록 여론의 질타를 받고도 개선되지 않았다. 당국은 평소 시장 파수꾼 역할을 소홀히 함으로써 개인투자자와 자영업자 등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엄중히 반성해야 한다. 또한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도 저하, 관치에 길든 국내 은행의 경쟁력 훼손 등 금융 포퓰리즘이 가져올 후유증도 심각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당정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경기도 김포 등 인접 도시 서울 편입 추진을 시작으로 일련의 ‘선거용’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 스스로도 갑작스러운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수도권 총선 전략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 균형발전, 지방 소멸 등 시대적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극심한 사회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독약이었음을 우리 사회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정은 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국가 경제의 경쟁력과 사회적 통합을 되살리는 정공법이 무엇인가를 늘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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