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중·러 삼각 연대의 ‘동상이몽’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따로 만났지만, 보스토치니 북·러 정상회담 합의를 시 주석이 수용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러 정상회담에 배석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곧바로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장시간 대면해 궁금증을 더 키웠다. 컨테이너 1000여 개 분량의 군사 장비와 포탄이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이송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그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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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러 끌어들여 3자 연대 모색
중, 북·러 밀착에 일부 선 긋기
한·중 소통, 한·중·일 회의 긴요
」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이 보여주듯 북·러 밀착은 동북아 안보 지형의 중대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끌어당겨 북·중·러 삼각 연대를 모색하려 하는데 문제는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가세할 것인가다.
중국은 북·러 접근에 일정 정도 선을 긋고 있다. 고립된 북·러와 함께 신냉전의 프레임에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러 사이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대미 관계 개선과 북·러 관계 관리를 병행하고자 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러 협력이 북·중·러 연대 강화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러 삼각 공조의 성패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있다. 하지만 삼자 연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해와 전략적 비전이 서로 다르다. 서로 보완적이기보다 이해상충과 경쟁 요인이 강하다. 다자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작다. 단지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대응하는 공동 입장이 연대의 공간을 만들어 줄 뿐이다.
중·러는 역사적으로 이념 갈등과 국경 충돌 과정에서 소련이 핵 공격을 준비했을 정도로 불신과 대결 위기를 겪었다. 지금의 중·러 관계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맞서 다극화 질서를 구축하려는 공동의 목표에 따른 것일 뿐이다. 중·러 연합군사훈련도 동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군사 지원을 거부했고, 지난 3월 모스크바 방문에서 시 주석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반대했다.
북·중 관계도 겉보기와 달리 순탄하지 않다. 중국은 전략적 자산인 북한 체제의 유지를 바라면서도 북핵이 동북아 안보와 중국의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투 트랙의 이중 접근법이다. 북한도 중국의 관여와 영향력을 경계하면서 ‘의존의 균형’을 통해 경제적 생존을 추구한다. 그래서 북·중 간에는 불신의 뿌리가 깊다. 중국의 대북 지원도 북한의 기대에 못 미친다.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매년 500억~600억 달러를 투입하면서도 대북 투자 또는 인프라 지원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상에도 북한은 빠져 있다.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북한 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전협정 70주년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에 각각 평양에 파견된 중국 특사는 홀대받는 분위기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도 한국은 총리가 참석했지만, 북한은 별도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이처럼 북·러 밀착과 군사 거래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불편해 보인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으니 조만간 북·러 군사훈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중·러 삼자 연합훈련은 차원이 다르다. 미·중 관계에 파탄이 나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연합훈련에 동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의 전략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일 협력이 북·중·러와 대립 국면으로 고착하지 않도록 협력과 소통에 나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북·러 군사협력에서 중국을 떼어놓기 위해 한·중 소통이 중요하다. 둘째, 북·러가 레드 라인을 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경고 및 제재 압박을 가동해야 한다. 셋째,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외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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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섭 광운대 초빙교수·전 주선양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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