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6억 대출 받아 헬리오시티 샀는데…금리 먹구름 덮치나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3. 11. 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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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서울 잠실 석촌호수 남쪽에 들어선 ‘미니 신도시’ 헬리오시티 아파트. 2018년 말 완공된 9510가구로, 현재 주택시장에 나와 있는 단지 중 최대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임대주택 1401가구를 제외한 8109가구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집이다.

물량이 많아 환금성이 좋은 데다 신축 메리트를 갖춘 헬리오시티는 입주 이후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래량과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4건이던 거래량이 집값 절정기인 2021년 169건으로 폭증했다가 2022년 70건으로 반 토막 났다.

국내 최대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지난해 거래량 급감과 집값 급락을 겪은 뒤 올해 들어선 거래가 급증하며 가격도 전고점 턱밑까지 올라갔다.

가격도 급등한 뒤 급락했다. 84㎡(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를 보면 입주 직후인 2019년 7월 15억1000만원에서 2021년 9월 23억8000만원까지 2년여 새 50% 넘게 치솟았다. 이후 계속 추락해 지난해 9월 15억9000만원까지 8억원가량 떨어졌다.


송파 헬리오시티 거래량 3배 늘어

올해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달 말까지 거래량이 지난해 1년치의 4배가 넘는 288건으로 급증했다. 84㎡ 실거래가는 6억원가량 올라 지난 9월 최고 21억3000만원이었다. 이전 최고가의 90% 수준이다.

헬리오시티는 근래 천당과 지옥을 오간 서울 아파트시장의 축소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2021년 5만 건에서 지난해 1만5000건으로 급감했다가 올 9월까지 이미 3만 건까지 늘었다. 실거래가격지수를 보더라도 전고점인 2021년 10월에서 바닥인 지난해 12월까지 24.8% 내린 뒤 다시 13.1% 상승, 9월 기준으로 전고점의 85%를 회복했다.

「 가격도 최고가의 90%선 회복
30대·외지인 주도, 실수요 많아
금리 상승하며 다시 관망세로
대출 비중 높아 원리금도 부담

아파트값 상승세를 누가 주도했을까. 6월 이후 거래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헬리오시티 84㎡ 24건의 매매 내역을 확인해봤다. 거래가격이 18억2000만~20억9500만원이다. 매수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같은 송파구 4건,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 7건, 경기도·인천 수도권 9건, 지방 4건이었다. 서울 이외 외지인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올해 1~9월 서울 전체 거래 중 외지인 비율은 25%다.

박경민 기자

연령별로 보면 24건 중 30대가 9건(38%), 40대 10건(42%)이었다. 서울 전체로는 올해 각각 34%, 29%다. 서울 전체 30대 매수 비율은 집값이 치솟던 2020~2021년 30%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30% 아래로 내린 뒤 올해 다시 30%를 넘어섰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헬리오시티에 외지인과 30대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가격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대 매수자 절반, 최고 6억 대출

헬리오시티 84㎡ 거래에 ‘갭 투자’도 많았다. 40% 정도인 9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액의 대개 110~120%인 채권최고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 10억7000만원(거래가격 19억1000만원)이었다. 30대 대출도 적지 않아 30대가 매수한 9가구 중 4가구가 2억2000만~6억6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한 30대 수도권 거주자는 6억6000만원을 대출받아 19억원에 매수했다. 24건 중 절반 정도가 전세 계약 기간 중이거나 매매와 비슷한 시기에 전세 계약했다. 전세보증금이 6억3000만~11억원이다.

박경민 기자

그렇지만 올해 시장 회복 배경을 투자 수요에서만 찾을 수 없다. 실수요도 크게 늘었다.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거래가 대표적이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무주택자나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1주택자만 직접 거주하는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다. 엘리트 거래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101건에서 올해 330여건으로 2배 정도 늘었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집값 하락을 기다려온 대기 실수요와 집값 반등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가세하며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수요 줄며 아파트 매물 8만건 넘어서

그런데 전고점 수준을 찾아가던 주택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다. 매수세가 감소하며 매물은 증가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과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이 0%로 상승세가 멈췄다. 지난 8월 초 이후 3개월 만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통계는 아직 상승세(0.07%)이지만 상승 폭이 계속 줄고 있다.

박경민 기자

부동산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8만 건을 넘어섰다. 한 달 새 1만 건 정도 늘었다. 주택시장이 위축됐던 연초만 해도 5만 건 안팎이었다. 금리 불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원리금 부담 증가에 수요가 움츠러들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승세가 멈추며 하락 기대감이 컸던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다. 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보류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고삐를 죄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해 10월 4.82%로 정점을 찍고 내리기 시작해 지난 5월 4.21%까지 하락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9월 기준 4.35%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기도 했다.

여기다 물가 상승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이후 연간 3%를 밑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6%로 껑충 뛰었고 올해도 9월까지 5.1%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전고점보다는 아직 낮아도 금리물가 부담이 커 집 살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분간 시장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메가시티’ 같은 돌발변수와 고가주택시장 등을 중심으로 일부 국지적인 변동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론 크게 출렁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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