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은행이란 무엇인가
은행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게리 고턴 교수(경영학·금융학)가 1983년 박사학위 논문 ‘은행공황’을 완성한 이래 40여 년간 씨름한 질문이다. 그가 이 질문을 중시하는 이유가 있다. 2007년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참사를 막으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은행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턴 교수는 필자의 논문지도 교수다. 그는 ‘은행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은행은 예금자를 대신해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지 선별하고, 돈을 잘 갚는지 모니터링한다. 은행은 즉시 인출이 가능한 소액의 예금을 모아 중장기 대형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빌려준다. 이러한 은행의 역할은 경제 생산성을 증대하는 데 핵심적이다.
고턴 교수에게 배운 ‘뱅킹’이라는 학문분과는 우리 은행산업에 세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첫째, 해외사례나 국제비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데 유용하지만, 역사적 경험이 달라 우리에게 시사점이 없는 경우도 많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금융시장에서 은행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인데 비해 한국에선 44%다. 미국의 은행은 2022년 기준 4136개이며, 1934년 이후 작년까지 파산한 은행만 4108개일 정도로 굉장히 역동적이다. 한국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시중은행은 16개이며, 은행들은 기업금융보다 가계금융에 집중하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둘째, 하나의 정책적 이슈에 대해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고, 관련 인원의 확대도 필요하다. 현안이었다가 캐비닛 속으로 사라지는 정책 제안들이 많다. 한국의 금융자산은 2021년 기준 8.8조달러(약 1경1500억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2041년까지 20년도 남지 않았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인해 우리가 지난 10여 년간 누렸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향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제조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우리 경제주체가 벌어들이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국가 명운이 달렸다.
셋째, 은행의 문제로 지적되지만 금융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수도권 주거 부동산이 최고의 안전자산이었던 점, 각종 규제로 인한 민간의 투자 기회 제한 등이 고신용자 대상 및 부동산 대출 중심의 현재 은행 영업행태로 나타난다.
경제 규모와 금융자산 규모에서 선진국인 한국은 이 시점에서 이렇게 물어야 한다. ‘한국에서 은행이 수행할 최선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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