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도착 도우미·안내방송… 발권 만이 전부가 아니랍니다
하루 16만명 이용… 서울역 역무원들의 바쁜 일상
열차가 늘어선 서울역 승강장을 따라 1분쯤 더 걸어가면 승객들은 의식하기 힘든 건물이 하나 있다. 승강장 끝 3층짜리 작은 건물에 있는 운전실. 이곳에는 서울역을 들어오고 나가는 열차 300대의 출발·도착 승강장을 고민하는 역무원들이 있다.
운전실 역무원의 필수 덕목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예정된 도착 시각에 맞춰 열차가 들어올 승강장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차는 승강장에 제때 들어오지 못하고 연착된다. 서울역에는 16개의 승강장이 있다. 화물·회송 열차를 포함해 평일에는 607차례, 주말에는 655차례 열차가 승강장을 들어오고 나간다. 운전실은 열차 기장과 소통해 어떤 열차가 어느 승강장으로 들어올지 분 단위로 결정을 내린다.
출발역과 노선에 따라 도착 승강장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변수는 늘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면 동선을 짧게 할 수 있도록 도착 승강장을 변경해야 한다. 김대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 서울역 총괄팀장은 관제업무를 ‘테트리스’라고 표현했다. 김 팀장은 “적재적소에 승강장과 열차를 끼워 맞춰야 테트리스 게임에서 줄이 사라지듯 말끔하게 열차의 출발·도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흔히 ‘역무원’이라고 하면 발권 업무를 떠올린다. 역무원의 대표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권만이 역무원의 업무는 아니다. 서울역 곳곳에는 발권 관제 방송 안내까지 서울역 이용객의 안전을 지키고 편리한 이용을 돕는 101명의 역무원이 있다.
‘출도착 도우미’도 눈에 띄지 않는 역무원 업무 중 하나다. 장애인, 환자 등 열차 이용에 불편을 겪는 승객의 열차 승·하차를 돕는 서비스다. 역 도착 30분 전 미리 요청하면 도우미가 마중을 나간다. 시각장애인 승객은 열차 좌석에 앉을 때까지 길을 안내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는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 의료 공백으로 서울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최근 출도착 도우미 이용객이 늘었다. 지난해 1~10월 월평균 56명이었는데 올해는 월평균 70명이다. 20년간 역무원으로 근무했다는 한 코레일 직원은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환자가 많이 늘었음을 느낀다”며 “출도착 도우미 서비스 이용객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역사 내에 울리는 열차 출발·도착·연착 안내 방송도 역무원 담당이다. 방송·통제실의 핵심 업무다. 열차 지연이 발생하면 운전실과의 소통을 거쳐 전광판에 새로운 출발·도착 시각을 띄운다. 출발·도착 15분 전 승강장을 입력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서울역 방송·통제실에는 12개의 모니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서울역의 안과 밖, 지하 환승 통로 곳곳에는 290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 방송·통제실 역무원들은 실시간으로 이 CCTV를 확인하며 역 안팎의 위험요소를 확인한다.
서울역은 하루 평균 16만3000명의 승객이 찾는 곳이다. 승차를 위해 찾는 사람이 8만4400명, 하차를 위해 찾는 사람이 7만8600명이다. 이용객을 안내하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역무원의 역할이다. 서울역은 기차뿐 아니라 공항철도, 경의선, 지하철 1·4호선이 오가므로 이용객이 다양하다. 서울역 중앙에 있는 통합안내센터를 찾는 이용객들은 열차에 대해서만 묻지 않는다. 인근 호텔 위치부터 가장 짧은 지하철 환승 방법까지 예상치 못한 질문이 쏟아진다.
다양한 이용객이 찾는 만큼 대민 업무의 고충도 크다. 안내센터에서 근무 중인 한 역무원은 승객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승객 실수로 열차를 놓쳤는데 이를 보상해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식이다. 그는 “하루 최소 2~3명의 승객이 언성을 높인다”며 “최대한 도와드리고자 하지만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33개의 자동발매기가 있지만 여전히 창구를 찾는 승객도 많다. 대부분 외국인이나 노인이다. 특히 코레일톡(코레일 열차 예약 애플리케이션) 이용과 자동발매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창구를 찾는다. 매표창구가 줄어들며 남은 매표창구에 이용객이 몰리기도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자동발매기가 생겼다고 발권 업무가 줄지는 않았다”며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표현했다.
유실물 센터도 바쁘게 돌아간다. 하루 평균 100개의 유실물이 센터에 들어온다. 종착역인 서울역에 열차가 도착하면 승무원은 열차 안을 돌면서 유실물을 수거한다. 유실물들은 일정 기간 센터에 보관된다. 이후 장기간 찾지 않는 유실물은 남대문경찰서로 이관된다.
서울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열차는 오전 12시40분 승강장에 들어온다. 오전 1시가 되면 서울역의 문은 닫힌다. 그러나 역무원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심야 열차 점검, 청소 등이 불 꺼진 역사 안에서 바쁘게 이뤄진다. 새벽 4시20분이 되면 5시5분 출발하는 첫차를 위해 서울역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다시 역무원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역무원 101명 가운데 상당수는 주간·야간·비번·휴무로 돌아가는 4교대로 근무한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야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오전 9시10분까지 근무한다. 야간 근무자는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쉰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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