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앨버니지 호주 총리, 중·호 관계 개선 신호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후 베이징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모색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호 두 나라의 각 영역 교류가 회복되고 관계가 개선·발전하는 정확한 길로 가고 있다”며 “양국은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없고 서로 신뢰하고 성취를 이루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공동이익에서 출발해 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두다)와호리협력의 양국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다만 파이브 아이즈, 오커스(AUKUS) 등 미국과 호주의 경제·안보 협력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도 잊지 않았다. 시 주석은 “마당은 작고 담장은 높게(small-yard high-fence, 미국의 첨단기술 보호 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본질은 모두 보호주의”라며 “시장 규칙, 과학기술의 발전 규율은 물론 인류 사회 발전의 조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이어 “소그룹은 세계가 직면한 큰 도전을 해결할 수 없고, 소집단은 세계적인 큰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며 “아·태 지역을 어지럽게 만들려는 시도에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호주의 변화를 압박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상호존중, 평등호혜하며 소통과 교류를 유지하고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며 호리공영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호주와 중국의 정치 체제가 달라 서로 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이지만 갈등으로 양국 관계를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CC-TV는 보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직후 X(옛 트위터)에 “호주는 국익을 위해 계속 중국과 계속 접촉할 것이며 차이가 있는 곳에서 대화는 필수적”이라는 글을 올리며 회담에서 시각의 차이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7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중·호 양국 정상회담이 큰 입장 차이를 보이지 않고 마무리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 주빈으로 참석한 앨버니지 총리는 중·호 관계를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추동하는 성숙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호주의 화웨이 금지와 2020년 코로나19의 독립 조사를 요구하면서 계속된 무역 보복 등 갈등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5일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인내(patient)’, ‘계산(calibrated)’, ‘신중(deliberate)’을 제시했다. 그는 “호주의 국익을 위해 인내하고 계산되고 숙고하는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X에도 “양자 관계의 안정은 양국 간에 더 많은 무역과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며 “호주의 접근법은 인내·계산·신중함이며 그 결과를 보고 있다”는 발언을 영상과 함께 올렸다.
앨버니지 총리의 이번 방중으로 중국이 외교 갈등을 경제·무역 수단으로 보복하는 특유의 샤프 파워에 굴하지 않는 호주의 맞대응 전략이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가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이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MD 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조치에 동의했지만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소 등 관계 개선이 미진한 것과 대조를 이룬 부분이다.
이날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호주의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개 회원국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CPTPP의 기존 체결국인 호주에게 중국 가입을 위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날 오전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톈탄(天壇)을 방문한 앨버니지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한 호주의 입장에 “현 상태를 지지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CC-TV는 앨버니지 총리가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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