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이 빠지는 느낌이라고요? 복압부터 줄이세요
김수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골반 결합 성분 약해졌을 때 발생
수술 원치 않을 경우 '페서리' 삽입
골반 근육 강화·유산소 운동 필요
성인 여성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은 겪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반장기탈출증'이다. 노화나 복부 비만 등으로 골반 내에 있어야 할 자궁 방광 직장 등의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위치를 이탈하거나 생식기(질) 밖으로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김수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6일 "'밑이 빠지는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 중년 여성의 대부분은 골반장기탈출증인 경우가 많다"며 "질환 특성상 병원 방문을 꺼리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뇨부인과 세부 전문의이기도 한 김 교수에게 중년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해 들어봤다.
-폐경기 이후 주로 생기나.
“50대 이후 전체 여성의 20%, 70대 이후엔 3분의 1이 경험한다. 갱년기가 오면 여성 호르몬이 줄고 골반 결합조직의 성분(콜라겐·엘라스틴 등)이 약화한다. 이때 골반 근육 또는 인대가 점점 약해지면서 자궁 방광 직장 소장 등의 탈출증이 생긴다. 20·30대 여성들도 간혹 오는데, 90% 이상은 유전적으로 골반 결합조직이 약한 이들이다.”
-노화 외 위험 요인은.
“자연 분만 시 진통 시간이 길어 난산을 한 여성, 골반 근육이나 신경에 손상을 입은 경우,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들거나 오래 서 있는 직업군,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복부 비만이 심하거나 기침이 잦은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있는 여성은 복압이 상승해 장기의 탈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환자가 증가하고 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인 한국 성인 여성의 골반장기탈출증 유병률은 31.7%다. 주원인이 노화인 만큼 고령화될수록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빅데이터를 보면 골반장기탈출증 진료 환자는 2013년 2만2699명에서 지난해 2만7381명으로 21% 증가했다. 자궁과 방광 탈출증은 10년간 각각 18%, 35% 늘었다. 질환의 특성상, 병원을 잘 찾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아래쪽 복부 또는 허리·골반 쪽의 통증이다. 환자들 표현을 빌리자면, 밑이 빠질 것 같다거나 아래가 묵직한 증상이 반복된다. 소변을 못 보거나 잔뇨감, 요실금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나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장기 이탈 정도에 따라 0~4기로 구분되는데, 1기 이하일 땐 증상이 거의 없다. 2기 이후 아래쪽에 뭔가 나와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4기땐 빠진 장기를 밀어 넣어도 안 들어간다.”
-생명에 위협적인가.
“당장 생명을 위협하거나 위급한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배뇨나 보행이 어려워지고 여성 성기능 악화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할머니들은 샤워실이나 목욕탕에서 자녀가 발견하고 모시고 오기도 한다”면서 “방치하면 빠져나온 부분이 쓸려서 염증·출혈을 일으키고 빈혈이나 전신 패혈증 같은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장기가 빠진 상태로 오래 있으면 양쪽 요관을 눌러 수신증(요로 폐쇄), 심하면 급성 신부전증까지 이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치료는 어떻게.
“간혹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증상과 병기에 따라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수술받기 어려운 전신 상황이거나 수술을 원치 않을 경우 ‘페서리’라는 기구를 삽입하는 치료를 한다. 이탈한 골반의 장기를 받쳐주는 일종의 지지대다. 다만 환자가 직접 질 안에 삽입해야 하고 저녁에 제거해 자체 소독하거나 병원에 와서 정기 소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알레르기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진행이 상당히 빠르거나 환자가 큰 불편을 겪고 있을 땐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방법은 복강경이나 로봇 등을 활용하는데, 비뇨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하더라도 재발률이 2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땐 연령, 성기능 등을 감안해 인조 그물망(MESH)으로 지지하는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예방하려면.
“골반장기탈출증은 복압이 증가하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걷기나 수영 등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체지방 감소와 복부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케겔 운동’이 도움 된다. 골반에 힘이 들어가는 근육을 조였다가 푸는 형태의 운동을 수시로 6개월 이상 반복하면 골반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재발률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위험 인자를 교정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을 피하고 특히 수술 후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천식이나 COPD 같은 복압을 올리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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