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연락해보겠다"던 송영길, 이 말에 충북동지회 재판 서나

최종권 2023. 11.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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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 규탄 릴레이 농성 선전포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원 “송영길 발언 진위 판단해야”


검찰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재판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킬 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청주지법 제11형사부(김승주 부장판사)는 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충북동지회 박모(59)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 발언의 진위를 판단해보고 싶다”는 취지로 증인 채택 필요성을 언급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송 전 대표 법정 증인 신문을 요구한 이유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27분짜리 녹음 파일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녹음 파일은 2020년 10월 20일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송 전 대표가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충북동지회 4명과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충북동지회가 제안한 ‘통일 밤 묘목 보내기 운동’과 남북 철도사업에 관한 송 전 대표의 견해가 담겼다. 녹음 파일은 피고인 손모(49)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송 전 대표는 남북 철도사업(동해북부선)에 대해 “대통령(문재인)한테 초기부터 하자고 그래도 왜 그리 소극적이었는지”라고 언급했다. 밤묘목 보내기 운동에 대해서는 “내가 북측한테 연락해서 정확하게 이게 자기들 의도가 맞는지 한번 물어볼게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충북동지회가 국회 외통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북한에 보고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밀 유출로 보고 있다.

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지난 2017년 5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외통위원장실서 충북동지회 만나


김 부장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송 전 대표가 피고인들에게 한 발언에 의문이 있다”며 “송 전 대표 생각이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그의 진술 내용과 생각이 일치하는지, 발언 경위에 대해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동지회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활동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동일한 내용의 사상을 학습하거나,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만난 혐의도 공소 사실에 적시됐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021년 9월 윤모(52)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얻은 증거를 공개했다.

이는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이적표현물과 대북통신문 일부다. 부위원장 박모(52)씨 다이어리에 적힌 ‘통일밤묘목 사업’ ‘반보수 투쟁’ ‘통일밤묘목 사업’ ‘반미, 반보수 투쟁’ 관련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피고인들이 북한 사상을 학습하는 등 ‘유일 영도체계’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총서’ 관련 문건도 제시했다. 검찰은 “증거로 볼 때 충북동지회가 꾸준히 사상총화 활동을 했고, 이는 이들이 보낸 대북보고문과 일치한다”고 했다.

2021년 8월 간첩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손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각종 증거 제시…피고인 “압색 절차 하자”


재판에 참석한 충북동지회는 “검찰이 압수수색 전 변호인과 당사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며 증거 수집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검찰수사관을 향해 “USB와 하드디스크를 현장에서 선별 압수수색하지 않고 원본을 반출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관이 절차상 재량적 판단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 기소된 피고인이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충북동지회 재판은 2021년 9월 기소된 뒤 1심 재판만 26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법관 기피신청을 내거나, 변호인을 수시로 바꿔 재판을 연기하고 있다. 박씨 등은 지난해 1월과 4월, 9월 잇따라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지난달 23일 박모씨가또다시 법관 기피 신청을 내며, 당분간 나머지 3명에 대한 재판만 진행한다.

청주지법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법관 기피는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사실상 제한이 없다”며 “피고인들 모두 ‘불공정한 제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냈다. 박씨가 낸 기피신청 판결이 끝나야 본 사건과 병합할지 여부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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