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라이딩' 하던 강남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 그 사정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3. 11. 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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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공립학교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도곡중 '도곳간'... '떳떳한 참여'가 만든 효과

[교육언론창 윤근혁]

 서울 도곡중 협동조합이 지난 8월 30일 오전 8시쯤 학생 등교시간에 맞춰 '플라제로(플라스틱 없는) 시음회' 행사를 열었다. 맨 왼쪽은 김윤영 도곡중 협동조합 이사장. @윤근혁
ⓒ 교육언론창
집안과 직장 일은 물론, 자녀 학원 라이딩(태워다 주기)까지 도맡던 학부모들이 올해부터는 학교 안에 자주 들어오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왜 이렇게 학교에 오고 있을까?

'도곳간'을 아십니까

이 학부모들이 번갈아가며 찾는 곳은 서울 강남구 도곡중 본관 옆에 있는 '도곳간'(도곡중 곳간). 이곳은 도곡중 사회적 협동조합이 지난 4월 14일 문을 연 학교 매점이다.

서울엔 모두 26개의 학교협동조합이 있는데, 강남 지역 공립학교가 협동조합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곳이 최초다. 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5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전국 교원들이 들고 일어나 교권수호운동을 한창 벌일 즈음인 지난 8월 30일 오전 7시 30분. 수수한 모습을 한 학부모가 도곳간 계산대 앞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주먹밥과 핫도그 등을 사먹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든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바로 이 학교 협동조합 이사장인 김윤영 학부모(도곡중·3)다.

김 이사장은 "요즘 거의 날마다 아침 7시 30분에 도곳간 출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서 "월급은 물론 없다. 하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이라는 학교의 공식 기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떳떳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 안 매점에서 봉사할 수 있으니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것은 다른 학부모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진 김 이사장의 말.

"아침마다 도곳간으로 전력 질주하여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하고, 도곳간에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에요. '매점 있는 도곡중에 입학하길 정말 잘했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6일 점심 때에도 도곳간은 학생들로 꽉 찼다.
ⓒ 교육언론창
도곳간은 단순한 매점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고, 학부모들이 회의를 할 때도 이곳을 사용한다. 학생과 교직원 동아리 활동도 이곳에서 한다.

요즈음 학부모 조합원 22명은 돌아가며 도곳간 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소모임을 진행하며 도곳간 발전 방향과 봉사할 일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동원에서 참여로... '학교협동조합'이 있으니까

이 학교 협동조합에서는 도곳간 매점 운영뿐만 아니라 교복재활용 사업, 학교도서관 납품 사업 등 여러 일을 하고 있기에 학부모 조합원들이 할 일이 무척 많다. 지난 3일엔 이 학교 협동조합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 조합원들이 팔을 걷고 나서 배추김치 200kg을 담갔다. 그리고 이 김치를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달라고 강남구청에 기부했다. 김장 비용은 모두 이 협동조합에서 낸 수익으로 마련한 것이다.
 
 지난 3일 김치 만들기 봉사에 나선 도곡중 협동조합 조합원들.
ⓒ 교육언론창
김 이사장은 "우리는 학교에서 단순하게 동원되는 식으로 온 학부모가 아니라 협동조합이라는 기구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책임 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협동조합 매점을 차리게 된 계기는 2022학년도 선거였다. 전교부회장 선거에 나섰던 박서현 학생(현재 중3)은 선거 공약으로 "아침 거르는 친구들을 위한 건강 간식 자판기 설치"를 내걸고 당선됐다.

박 전 부회장은 "그런데 막상 건강한 견과류와 크랜베리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바 등으로 채워진 자판기를 설치하려고 했더니 서울시교육청 규정이 자판기 설치를 가로막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상의해서 내놓은 방안이 바로 학교협동조합이었다. 마침,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30일 오전 박 전 부회장은 교육언론[창]과 만나 "내가 만들었던 공약이 협동조합 탄생으로 실현돼 정말 뿌듯하다"면서 "3학년들은 단순 이동수업 가는 것도 귀찮아하는 중학교 최고령(?) 학년인데 평소와 달리 도곳간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3학년 좀비'가 도곳간을 앞에 두고서는 육상선수가 되었다"라고 환히 웃었다.
 
 지난 8월 30일 아침 8시쯤, '플라 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박서현 전 전교부회장(가운데).
ⓒ 교육언론창
도곡중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은 박 전 부회장을 비롯해 모두 20여 명이다. 이들은 학교협동조합경영동아리를 만든 뒤 도곳간 상품 선정, 가격책정, 수익구조 연구, 조합원이벤트 기획 등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학생들에게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생생한 경제공부 마당을 제공한 것이다.

"학생에겐 경제교실, 학부모에겐 참여 공간"

박명숙 도곡중 교장은 "지난해 협동조합 얘기가 나왔을 때 무엇보다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해보자'고 나서게 됐다"면서 "협동조합을 하니까 학생들에겐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할 수 있고, 학부모들에겐 학교 참여 통로가 됐다. 여기 도곳간은 단순 매점이 아니라 바로 경제교실이고 학부모 참여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도곳간 앞에 줄 서 있는 도곡중 학생들.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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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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