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연장하니, 금리 4배 뛰었다…이게 은행 돈놀이"
“코로나19 전 하루 200만원이던 매출이 요즘 30만~4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파산 직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하철 역세권이어도 손님이 오지 않으니 ‘음식이 잘못됐나’ 하는 고민만 늘었어요. 유명한 맛집 사장들도 요샌 문 앞에 나와 서성이는 게 일입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규엽(65)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다가 야채와 고기값, 인건비, 공공요금, 임대료 등은 다락같이 올랐다. 이씨는 “코로나19 때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받은 지 2년이 지나 매달 원리금 60만~70만원씩 갚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尹, 소상공인대회 참석해 “손길 내밀겠다”
정치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5~6일 10년차 이상 소상공인에게 가장 어려운 점과 필요한 지원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소상공인에게 지원의 손길을 힘껏 내미는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8000억원 환수금 면제, 저리 융자 4조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앞서 “소상공인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말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정동관(64)씨는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소상공인 지원 자금 1000만원을 1%대 저리로 빌렸다. 하지만 원금 일부를 먼저 갚으려 하니까 은행으로부터 ‘한 번에 모두 갚거나 다시 거치를 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이후 대출 기간을 연장했는데 금리가 4.3%가 됐다”며 “이거야말로 ‘돈놀이’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약속한 저리 융자자금 4조원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갯집을 운영하는 유덕현(68)씨는 “빚만 계속 늘어나는 건 아닌지,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추가로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못 받는 숙박업주 수두룩”
공공요금도 큰 부담거리다. 22년차 소상공인 염광택(54)씨는 “식당을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지난 여름에 전기요금으로 800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외국인 인력 취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올해 정부가 숙박업에 H-2(방문취업) 비자와 F-4(재외동포) 비자를 소지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청소 업무는 못하게 돼 있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을 하는 정경재(70)씨는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카운터에 앉힐 수 없으니 한국인 4명을 고용했는데 인건비가 매출의 40%”라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외국인 인력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숙박 업주가 40%는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염광택씨도 “가장 어려운 건 인력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국인이 거의 지원을 안 하니 주로 중국 교포를 고용한다”며 “정부에서 외국인 인력 취업 문을 넓혔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비자 발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일회용 이쑤시개 대신 뭘 쓰냐” 물으니
정부 규제에 대해 아쉬움도 호소했다. 16년째 해물 포장마차 가게를 운영하는 임동욱(54)씨는 오는 24일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대해 “종이컵·나무젓가락 사용 제한은 이해한다고 해도 이쑤시개를 무엇으로 대체할지 물어보니 아무도 답이 없더라.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소상공인 업계에 대해 ‘벼랑 끝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비 유도를 위해 소상공인 업소 대상으로 신용카드 공제율을 높여주거나 미국·유럽처럼 코로나19 같은 위기 때 장기적 지원책을 펴는 등 실질적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본적으로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며 “마케팅 역량이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 양성, 교육,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은경·김민상·최선을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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