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약발 먹혔다, 개미들 물렸던 2차전지 대거 상한가

안효성 2023. 11. 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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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134.03포인트(5.66%) 상승한 2,502.37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57.40포인트(7.34%) 폭등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 금지 첫날인 6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상승 폭(134.03포인트)을 기록하며 단숨에 2500선에 올라섰다. 특히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2차전지 관련 종목이 대거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약효가 오래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업실적 등의 변화 없이 주가만 급등한 만큼, 향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신재민 기자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로 거래를 마쳤다. 일일 상승 폭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주가가 2300선에서 2500선으로 수직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코스닥도 전거래일보다 57.4포인트(7.34%) 오른 839.4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상승 폭은 2001년 1월 22일(61.1)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전 9시57분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020년 6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할 때 현물시장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5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효력을 정지하는 제도다.

이날 주가 급등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중단 조치가 영향을 줬다. 주가 급등을 이끈 종목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가 컸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라서다. 코스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22.76%)과 POSCO홀딩스(19.18%), 포스코퓨처엠(29.93%) 등의 주가 상승 폭이 컸고,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29.98%)와 에코프로비엠(30%)이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재민 기자

2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건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주요한 요인이다. 숏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 때 손실을 줄이려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일 때(숏 커버링) 주가가 급등하는 걸 의미한다.

이날 상한가를 친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 1일 기준 공매도 잔고액이 1조90억원으로 코스닥에서 가장 많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7109억원, 코스닥에서 470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중심으로 숏커버링 성격의 현물 매수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신재민 기자

공매도 금지가 주가 급등에 기름을 부은 건 맞지만 미국발 훈풍도 주가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 한풀 꺾인 고용시장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일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는 연 4.57%로 지난달 말 4.88%에서 0.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2.37%)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1%), 홍콩 항셍지수(1.71%) 등도 모두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이번 공매도 전면 중단은 과거처럼 위기 상황이 아닌 데 이뤄졌다”며 “미국 장기 금리 하락 등 우호적 환경 속 증시 반등 국면에 공매도 중단 조치가 나오며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외국인 매수세로 원화가치도 급등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25.1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은 지난 8월 1일(달러당 1283.8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가치 하락과 수출 부진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많이 담아오지 않았지만, 수출이 반등했고 미국의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다시 한국 주식을 채울 요인이 생겼다”며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은 한국 증시에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사려면 이들 종목에 대한 ‘사자’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일단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당국의 처방이 통했지만, 약효가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이어진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무한정 커질 수 있어 숏커버링이 나왔지만, 숏커버링 효과가 오늘 가장 강하고 앞으로는 점점 희석될 것”이고 말했다.

특히 기업실적 등의 개선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로 급등한 2차전지 종목 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이익 추정치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주가가 급등한 만큼 향후 전기차 수요 회복 등의 긍정적인 이벤트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주가 하락이 올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학주 한동대 ICT 창업학부 교수는 “한국 증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주식수가 적은 시장인 만큼 공매도가 전면 중단될 경우 주가 조작에 더 취약해지는 등 안정성이 떨어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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