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경쟁 사실상 끝났다…변화 기대조차 어려워진 클린스만호

김명석 2023. 11. 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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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쳤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0.17.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전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파격이라면 파격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지난달과 사실상 똑같은 대표팀 명단을 들고 나왔다. 유일하게 변화가 이뤄진 자리는 ‘백업의 백업’ 골키퍼 단 한 자리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경쟁도 사실상 막을 내린 모양새다.

클린스만 감독은 6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중국전에 나설 23명의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명단만 먼저 알렸다. 오는 13일 대표팀 소집 첫날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서야 이번 선수 선발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미 대표팀 명단 발표 전부터 지난달 명단과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라던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전 무대인 월드컵 예선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지난달 튀니지·베트남과의 평가전 2연전조차 클린스만 감독은 지속성과 연속성을 강조하며 최정예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첫 실전인 월드컵 예선 무대에서 깜짝 선발이 나오는 건 클린스만 감독의 그간 기조와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쳤다. 경기전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격려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0.17.

무엇보다 10월 A매치가 끝난 직후 또 유럽·미국 등 해외로 떠나면서 K리그를 여전히 뒷전으로 뒀으니, 새 얼굴을 발탁하려야 발탁하기가 어려웠다. FA컵 4강과 결승을 모두 관전하겠다던 당초 계획마저도 바뀌어 결승 단 한 경기만 직접 관전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난 한 달 사이 역시 국내 선수들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으니, 새로운 얼굴이 클린스만호에 깜짝 승선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였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변화를 기대했던 건, 유럽파를 중심으로 이미 자리 잡은 주전 라인업 외에 백업진들 중에선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적잖았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문선민(전북 현대)은 최근 A매치 8경기에 모두 벤치에 앉아 불과 2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셀틱)는 심지어 지난 10월엔 A매치 2경기 모두 결장하는 등 최근 4경기에서 단 1경기, 그것도 후반 45분 이후에나 교체로 투입됐다. 이순민(광주FC) 등 클린스만호에 승선은 하더라도 많은 출전 시간까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선수들도 있었다.

적어도 백업진에 한해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마저도 고스란히 다시 불렀다. 그나마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 현대)의 백업 골키퍼 자리에만 변화가 생겼다. 김준홍(김천 상무)이 빠지고 송범근(쇼난 벨마레)이 돌아왔다. 다만 이마저도 송범근이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대표팀에 복귀한 데다, 대표팀 내 서드(3rd)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들보다 가장 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조차 두기 어려웠다.

싱가포르·중국과의 FIFA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대표팀 명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자연스레 내년 AFC 아시안컵 대표팀 승선 경쟁마저 일찌감치 막을 내린 모양새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꿈을 품었을 다른 선수들에겐 쓰라린 소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월 유럽 원정을 시작으로 로테이션을 거의 가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주전급 라인업마저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여기에 10월과 11월에 걸쳐 백업진마저도 똑같이 구성했다. 이달 월드컵 예선 2연전을 마친 뒤 다음 일정은 곧바로 내년 1월 아시안컵이다. 카타르 현지에서 치를 가능성이 큰 평가전 역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가 확정된 뒤 치러질 전망이다.

그나마 클린스만 감독은 내달 국내파들을 위주로 국내 소집 훈련을 진행할 예정인데, 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들이 대거 빠진 사실상 반쪽짜리 훈련에서 얼마나 옥석을 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전에서 활용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갑작스레 아시안컵 명단에 발탁하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사실상 기존 구상에서 부상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10월과 11월에 걸친 ‘똑같은’ 대표팀 명단이 아시안컵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이 강조했던 지속성과 연속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경쟁과 변화가 사라지면서 대표팀 내부에 긴장감마저 사라졌다는 점이다. 소속팀 활약을 바탕으로 한 대표팀 승선 경쟁, 나아가 대표팀 안에서 펼쳐지는 주전 경쟁은 자연스레 대표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데 그 경쟁이 사라졌으니, 대표팀 내부에 전과 같은 긴장감이 형성될지는 매우 불투명한 일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13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을 시작하며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 튀지니전 이후에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평가전을 갖는다. 파주=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0.12/

더 큰 문제는 일찌감치 경쟁이 사라진 대표팀에 부상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경우다. 대표팀 풀이 좁아진 최악의 상황이라도 찾아오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몇몇 포지션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8개월째 마땅한 백업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주전 의존도가 큰 상황이기도 하다. 이젠 변화마저 사라진 대표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들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소집돼 목동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는 계약 만료를 앞둔 데다 잔디 문제 등이 얽혀 목동에서 훈련을 진행한다는 게 KFA의 설명이다. 이후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랭킹 155위 싱가포르와, 오는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에서 중국(79위)과 차례로 격돌한다.

▲ 축구 국가대표팀 11월 소집명단(23명)

- 골키퍼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 수비수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 미드필더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 공격수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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