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임성근 해병1사단장 연수 간다…김계환 사령관 유임

이근평 2023. 11. 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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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놓고 문책이 거론됐던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의 거취가 '정책연수'를 떠나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책의 의미가 아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를 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유임됐다.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임무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 7월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안장식에 참석한 채 상병의 부대장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눈물을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중장(3성) 이하 대상 올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임 사단장은 기존 소장(2성) 계급을 유지한 채 당분간 보직 없이 정책연수를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임 사단장은 지난 7월 해병1사단 병사들이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설 당시 무리한 지시로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특정해 민간경찰로 이첩하려 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에 나서 대대장 등 2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고, 임 사단장 등 4명은 혐의를 제외한 사실관계만 적시한 채 송부했다. 또 다른 하급 간부 2명은 혐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임 사단장은 채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해병 A씨와 그 모친으로부터 업무상과실치상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고소·고발이 접수된 상태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임 사단장이 신임 합동전비태세검열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부담을 느껴 이 같은 인사 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는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며 "본인이 외곽에서 해병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직과 시간을 갖고 싶다고 정책연수를 희망해 이를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정책연수를 떠나게 되면 차기 인사 때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가량 민간 대학이나 국방연구원(KIDA) 등 국내 연구 기관에서 연구와 보고서 작성을 한다.

그럼에도 군 내부에선 현 상황에 부담을 느낀 임 사단장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잠시 해병대를 떠나는 방안을 선택하게 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해병대 특성상 4명에 불과한 소장급 장성이 주요 보직을 나눠 맡아야 하는데, 정책연수는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해병대 장성 인사의 정책연수는 2020년 말 준장(1성)급에서 1명이 전부였다.

임 사단장이 보직을 맡지 않으면서 해병대 소장급 보직 4개 중에 불가피하게 빈자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소장급이 맡아온 해병대 부사령관 직위의 경우 준장급이 대리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주일석 현 전비태세검열실장이 신임 1사단장, 조영수 현 2사단장이 신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정종범 현 부사령관이 신임 2사단장으로 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뉴스1

교체설이 돌았던 김계환 현 해병대 사령관은 유임됐다. 김 사령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으로부터 대통령실 외압 의혹의 주요 인물로 지목됐지만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해왔다.

이번 해병대 인사를 놓고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군 수뇌부 문책과 선긋기에 나선 군 당국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 사령관에게선 어떤 흠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교체는 사실상 경질로 불명예가 되기에 남은 임기를 못 기다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임 사단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사령관은 작년 12월 임명돼 임기 2년을 1년 넘게 남겨두고 있다. 임 사단장 역시 취임한 지 18개월이 돼 보직 조정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해당 사건에서 외압 논란이 일었던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중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직할기관인 국방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됐다. 임 전 비서관은 지난달 대통령실을 떠난 뒤 육군 1군단 부군단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정부는 6일 국군방첩사령관인 황유성 중장을 합동참모차장으로 보직 이동하는 등 하반기 장성 인사를 단행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장 진급 때 임기제 진급을 한 황유성 중장은 이번 인사로 합동참모본부 차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방첩사령관 또는 그 전신인 기무사령관이 합참 차장을 맡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해 장성 보직 신고 당시 황 중장. 연합뉴스

한편 중장인 황유성 국군방첩사령관은 합참 차장으로 이동한다. 방첩사령관 또는 그 전신인 기무사령관이 합참 차장을 맡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해군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군 균형 차원에서 육군 전력 전문가를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중장이 맡는 합참 작전본부장에는 강호필 육군 1군단장이 보직을 옮긴다. 육군에선 곽종근·이진우·여인형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해 각각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됐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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