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정지영 감독 "'부러진 화살' 덕에 재기…감 안 떨어지려 노력" [엑's 인터뷰①]

김유진 기자 2023. 11. 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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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정지영 감독이 4년 만의 신작 영화 '소년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로 어느덧 현역 40주년을 맞은 정 감독은 '감각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1일 개봉해 상영 중인 '소년들'은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 실화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으로 정 감독이 2019년 개봉한 '머니게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굉장히 개봉을 기다렸다"는 정 감독은 "약촌오거리 사건을 접하면서 소시민과 공권력의 관계를 발견했다. 그래서 저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 문제로 한 번 영화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약촌오거리 사건이 이미 영화화 작업이 되고 있다고 해서 포기를 했는데,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접하고 같은 비슷한 사건이지만 이건 좀 더 이야기가 깊고 넓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만들게 됐다"고 '소년들'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발'이라는 가제로 불렸던 영화는 '소년들'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정 감독은 "당장 제목을 무엇으로 정해야지 생각했을때, 공권력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고발'로 가자고 했다. 소외받고 가난하고 힘 없는 소년들에 대해서 힘 있는 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접근하는지 또 평범한 사람들도 혹시 그들을 무시하거나 관심 없어 하지 않았는지 포함돼야 한다고 봤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소년들'이라는 제목이 됐다고 밝혔다.

1983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 감독은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부러진 화살'(2012), '남영동 1985'(2012), '블랙머니'(2019) 등을 비롯해 '천안함 프로젝트'(2013), '직지코드'(2017),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2017) 등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이면을 파헤치는 소신 있는 행보를 선보여 왔다.

지난 9월에는 데뷔 40주년을 맞아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데뷔 40주년 언급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정 감독은 "원래 내가 그런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40주년 행사 자체도 쑥스러웠다. 지난 해에 배창호 감독이 40주년 행사를 해서, 주위에서도 '해야 되지 않겠냐' 얘기하기에 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그렇지만 이렇게 40주년 회고전을 해보고 나니, 이것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나의 영화 경력 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 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돌아보니 후회되는 것도 있고 보람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웬만큼은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더라"고 얘기했다.

또 "아무래도 낡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부러진 화살' 덕분에 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부러진 화살'이 저예산 영화인데도 성공을 했기에 '정지영은 현역이다'는 판단이 된 것 아닐까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1946년 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77세를 맞은 정 감독은 "시대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본다거나 하는 것은 못 하는데, 그래도 요즘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찾아보려고 한다중요한 것은 정지영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거의 같지 않나. 정지영이 갖고 있는 콘텐츠 자체와 요즘 관객이 만나는 지점을 어떻게 상쇄시켜나갈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영화 감독들이 OTT와 협업하며 드라마 연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영화 감독들이 OTT 작품에 참여하고,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감독들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들 아닌가"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어 "아직도 정지영이라는 사람은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공포 장르처럼 특별하게 정형화 된 장치를 이용하는 것은 아직 잘 못하겠더라"며 멋쩍게 웃음 지었다. (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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