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엔 죄가 없다 [친절한 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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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에선 때아닌 '유아차' 논쟁이 한창입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이 '유모차'를 '유아차'로 대체하자는 대안을 내놨고,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일상 곳곳에서 '유아차'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하기 시작했죠.
'유모차'는 일본에서 넘어온 단어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어머니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 쓰이던 '유모'에 '차'를 붙여 만든 단어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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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에선 때아닌 ‘유아차’ 논쟁이 한창입니다. 지난 3일 웹예능 ‘핑계고’가 공개된 직후 벌어진 일인데요. 출연자가 대화 도중 언급한 ‘유모차’를 제작진이 자막에 ‘유아차’로 표기한 것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해당 영상 ‘싫어요’ 수는 6일 오후 기준 22만건이 넘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최근 공개된 다른 영상의 ‘싫어요’가 3~5만건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숫자입니다. 도대체 ‘유아차’는 왜 이런 공분을 산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아차’엔 죄가 없습니다. ‘유아차’란 표현이 낯선 독자도 계시겠군요. 이 단어는 ‘유모차’의 성중립적 표현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모차’는 젖 유(乳)에 어미 모(母)를 쓴 단어인데요.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지만, 한자어에 어미 모가 포함돼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내제했다는 논의가 일찍부터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이 ‘유모차’를 ‘유아차’로 대체하자는 대안을 내놨고,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일상 곳곳에서 ‘유아차’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하기 시작했죠.
‘유모차’는 일본에서 넘어온 단어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어머니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 쓰이던 ‘유모’에 ‘차’를 붙여 만든 단어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선 ‘유모차’라는 말보다 ‘베이비 카’를 더 자주 쓴다고 해요. ‘유모’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생긴 변화죠. 영어권 지역은 어떨까요. ‘베이비 캐리지’(Baby carriage) 혹은 ‘스트롤러’(Stroller)로 표현합니다. 직역하면 전자는 ‘아기 운반기’ 후자는 ‘걷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아이와 함께 걷는다’는 어감이 좋아 요즘은 ‘베이비 캐리지’보단 ‘스트롤러’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이렇듯 언어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유모차’와 ‘유아차’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면서도 ‘유아차’나 ‘아기차’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을 권유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성평등 언어 실천을 ‘검열’로 보는 모양새입니다. ‘유아차’ 표기를 두고 ‘페미(니즘) 사상 주입’이라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심지어 제작진 명단을 공유하며 일명 ‘신상털기’를 시도하는 글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방송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출연진의 발언을 자막으로 옮길 때 권장용어로 대체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라고요. 또 다른 관계자는 “한쪽으로 생각에 매몰돼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핑계고’가 ‘싫어요’ 폭탄을 받은 다음날,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선 20대 남성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남성은 “머리카락이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과 폭행을 말리던 행인을 여러 차례 가격했다고 해요. “한국에 ‘페미 권력’이 어딨냐.” 어느 누리꾼이 SNS에 남긴 일침이 유독 뼈아프게 가슴을 찌르는 하루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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