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탈북민 보호는 핵심업무"…中의 강제북송, 외교부 나서나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한·중 관계와 탈북민 문제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상황 관리를 우선하는 듯한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문제 공론화를 비롯한 주도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부가 가치외교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민 북송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지자 뒤늦게나마 문제 해결을 위해 총대를 메는 모양새다.
"탈북민 보호는 외교부 핵심업무"
박 장관은 이어 “북한이탈주민들이 강제 북송될 경우 극심한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우려해 관련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국제무대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북민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하고 장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것은 탈북민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강제북송의 경우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이면서 중국 등을 상대로 협의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지만, 가능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북송 막는 것이 '가치외교'"
이와 관련,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강제북송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정보전 실패의 뼈아픈 결과지만, 중국의 강제북송 결정이 그만큼 은밀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수백명을 한꺼번에 몰래 북송한 건 그간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아달라는 한국 측의 지속적 요청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도 '조용한 외교'만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셈이다.
정부는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대중(對中) 외교 협의에 주력하는 한편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상대로 한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고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미·중 북핵수석대표 화상 협의에서 이례적으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가 의제에 오른 것 역시 한·미 간 물밑 조율을 거친 결과라고 한다. 당시 협의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을 알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강제북송은 한·미가 공유하는 인권 중심의 가치관에 정면으로 반하는 문제인 만큼 한마음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핵대표 협의에서 미국 측이 문제제기를 한 것은 단순히 우리의 요구 때문만은 아니고 미국 역시 강제북송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유엔서 '中 강제북송' 정조준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바쁘다. 탈북민강제북송비상대책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강제북송 문제를 규탄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대책위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 내 한국대표부를 찾아 강제북송된 탈북민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주도한 중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엔대표부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추후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책위는 이후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항의 방문해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진행한다.
대책위와 함께 3박 5일간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캠페인’을 계획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만행을 규탄하고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의 가해 책임과 탈북민 강제 북송 중지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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