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시스템 원더풀… 한국교회에 푹 빠졌어요”
기독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한국의 교회 교육 시스템이 전파되고 있다. 학술교류 프로그램 참석차 한국에 온 유학생들을 통해서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총장 이후정)는 2023학년도 2학기 글로벌 웨슬리안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인도네시아 마나도 국립신학교의 박사과정 학생 4명이 참가했다.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 있지만, 현지에서는 학부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이다. 감신대는 이들에게 신학 특강과 논문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4명의 학생은 앞서 기독교 부흥을 경험한 한국교회의 사례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캠퍼스에서 이들을 만나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현황과 유학 생활의 소감을 물었다.
4명의 학생은 각자 기독교교육이라는 대주제 아래 어린이와 청소년, 장년과 노년의 세대별 연구과제를 선택했다. 연구 논문은 인도네시아 교회들이 볼 수 있도록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어린이 교육 분야를 맡은 안젤리아(여·Eudia Angelia Ika Agustin)씨는 “많은 인도네시아 교단들이 제대로 된 교회학교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교회학교 사례를 연구해 인도네시아 기독교 교육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논문의 목표”라고 했다.
유학생들은 한국교회에서 받은 좋은 인상을 소개했다. 장로교단 목사이기도 한 세노(남·Seno Adhi Neogroho)씨는 “제가 속한 교회에는 예배를 드리는 본당 공간만 있어서 한국의 교육관이 신기했다”며 “주말과 주중에 교육관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교육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알폰소(남·Alfonso Renaldo Tempenawas)씨는 “제가 찾은 교회마다 도서관이 있었다”며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교회마다 식당이 있어서 그곳에서 친교가 이뤄지는 점, 교회에 처음 온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분위기는 인도네시아 교회가 배워야 할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시아 기독교와 신학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안젤리아씨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공부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신학 교수님들의 높은 수준을 느낄 수 있었고, 여기서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 교회 공동체와 학교에서 잘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 국가로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기독교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체 인구의 8%가량을 기독교인으로 분류한다. 세노씨는 “워낙 많은 섬과 종족으로 이뤄진 나라여서 정부통계가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는 더 많은 기독교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역을 도운 어성호 인도네시아 선교사는 “선교계에서는 인도네시아 기독교 인구를 최대 20%까지 본다”며 “최소 15%라고 해도 약 4500만명의 기독교인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무슬림 배경의 기독교인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하수덩안(Hasudungan Sidabutar)씨는 “300개가 넘는 개신교 교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가파른 성장을 하는 것이 오순절 계통”이라며 “이들은 약 1300만~1500만명의 교세를 자랑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오순절 성령 운동과 은사 운동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교회들은 식수 공급과 건강검진 등 다양한 구제 사업을 앞세워 복음 전도에 나서고 있다. 교육을 통한 전도도 인도네시아 교회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다. 하수덩안씨는 “이슬람이 강세인 지역의 학교에도 들어가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며 “기독교인 아이들의 실력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보다 뛰어날 때 우리의 전도가 더 큰 설득력이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폰소씨는 “교회가 더 부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영적으로 훈련하고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독교의 빠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종교 간 분쟁이나 테러의 조짐은 찾기 어렵다. ‘홍익인간’ 정신과 유사한 ‘톨레란시’라는 인도네시아의 교육 이념과 종교청의 존재가 갈등을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노씨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화해하고 융합하자는 정신이 톨레란시”라며 “이와 함께 경제적 성장으로 종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종교 갈등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 선교사는 “이런 톨레란시가 이단들의 침투를 막을 수 없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며 “이단들이 대거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 있는 것을 한국교회가 주의 깊게 살피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들의 드러나지 않는 모임 형태도 갈등을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세노씨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교회들도 따로 건물을 갖지 않고 백화점이나 호텔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독교인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만큼 표적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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