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력 아쉬운' 이기제·김태환 발탁, 선발 이유는 클린스만이 증명해야 한다

김희준 기자 2023. 11.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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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제(왼쪽). 김태환. 서형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1월 대표팀 명단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험이 필요했던 풀백도 이미 고착화된 모양새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11월부터 시작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23인 명단을 발표했다. 피로 골절에서 돌아온 송범근이 김준홍을 대신하고, 김주성이 명단에서 빠진 점을 제외하면 변화가 없었다.


대표팀에 새로운 선수가 없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대표팀이라면 실험적인 선발보다는 현재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들을 뽑는 것이 맞다. 게다가 11월에는 친선전이 아닌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대표팀 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현재 최고조가 맞는지 혹은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끊임없는 공격과 높은 압박 시작선을 우선순위로 놓는 클린스만 감독 특성에 부합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몇몇 선수들의 선발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중에서도 K리그 소속팀에서 주전이라고 말하기 힘든 이기제와 김태환이 또다시 발탁됐다는 점은 클린스만 감독이 연속성만을 고려해 기본적인 경기력 점검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기제(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기제는 클린스만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인 동시에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 A매치에서 선발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기제는 3월 A매치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됐고, 소속팀에서 경기력과 무관하게 꾸준히 클린스만 감독의 신임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기제 발탁에 궁금증이 생기는 건 10월 수원삼성에서 아예 경기를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기제는 염기훈 감독 대행 선임 이후 주장직을 내려놨고, 염 대행 첫경기였던 인천유나이티드전 이후 리그 3경기에서 선발은 물론 교체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원 관계자는 이기제가 경미한 몸 상태 이상으로 앞선 3경기에서 제외됐으며, 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즉 대표팀 경기를 소화할 수는 있지만 컨디션은 나쁘다고 정리할 수 있는 상태다.


김태환 선발 역시 온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김태환은 설영우와 이명재에게 주전을 내준 뒤 6월, 9월 A매치에 뽑히지 못했고, 설영우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자리를 비운 9월에 실전 감각을 회복해 10월 A매치에 재승선했다.


최근 소속팀 울산현대에서는 다시 주전에서 밀려났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며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김태환은 선발로 나선 ACL 가와사키F.프론탈레전과 조호르다룰탁짐전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다소 억울하긴 했지만 퇴장까지 당했다.


김태환. 서형권 기자

K리그에서 활약이 없다시피 했던 이기제와 김태환을 뽑은 건 클린스만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꾸준히 경기력을 증명한 선수들과 달리 위 두 선수에 대해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선발 이유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소속팀 부진과 별개로 대표팀에 선발되는 선수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기제와 같이 큰 부상 없이 소속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를 발탁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경미한 몸 상태 이상까지 있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자칫 무리한 차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김태환은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기는 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이기제가 있는 레프트백처럼 대체 자원이 부족한 포지션도 아니었다. 설영우라는 부동의 라이트백 주전이 있는 상황에서 두현석, 황재원, 박승욱 등 K리그에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 오른쪽 풀백들을 실험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 외유 논란과도 연결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해외 출장과 더불어 K리그 선수 점검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차두리 코치와 함께 꾸준히 K리그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해왔지만, 이번 대표팀 발탁은 그 발언과 상반된 모습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월 A매치 미디어 간담회에서 "여전히 대표팀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대표팀 명단을 10월과 사실상 똑같이 꾸리고, 경기력 저하가 온 선수들도 그대로 발탁하면서 해당 발언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생기게 만들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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