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키맨’ 잃은 카카오
문제는 앞으로다. 카카오와 카카오톡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도 둔화한 상황. 미래를 위한 새 먹거리가 필요한데, 이를 이끌 핵심 경영진이 모두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대표는 계열사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을 총괄해왔다. 홍은택 대표와 김성수 대표도 소환됐다. 오동환 애널리스트는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조사가 집중되며 경영진 리소스가 분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영진 사법 리스크로 ‘비욘드 코리아’ 전략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비욘드 코리아는 ‘내수용’ 꼬리표를 떼겠다며 카카오가 제시한 미래 방향성이다.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SM 인수도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경영진 사법 리스크로 해외 시장 공략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부에서도 당분간 해외 시장 관련 주요 추진 사업은 ‘일단 정지’ 상태라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비욘드 코리아 핵심으로 불리던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이번 시세조종 혐의 중심에 엔터 사업이 있기 때문. 투자업계는 관련 이슈가 정리될 때까지 카카오엔터가 IPO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투자를 받으면서 수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늦어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장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역시 카카오그룹 신사업 투자를 총괄한 배재현 대표가 구속된 탓이다. 이미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 투자 검토 사안들은 올스톱된 상태다. 특히 AI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짙다. 카카오가 올해 10월 선보이겠다고 밝힌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 관련 소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홍은택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코GPT 2.0은 올해 10월 이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10월을 넘기면서 홍 대표의 약속은 반쯤 어그러졌다. 문제는 연내 출시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코GPT 2.0을 포함한 카카오의 AI 로드맵은 감감무소식이다.
카카오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경쟁사들은 치고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큐:(Cue:)’ 등 관련 서비스들을 출시했다. 통신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태국 대표 정보통신 기업 ‘자스민(Jasmine)그룹’과 함께 태국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할 예정이다.
연이은 신저가…목표주가 하향 이어져
증권가에서도 부정적 시선이 감지된다. 목표주가 하향이 줄을 잇는다. 10월 중 카카오 관련 리포트를 낸 증권사 11곳 중 10곳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사법 리스크와 성장동력 부재, 실적 부진 등이 이유다.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한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신사업 관련 비용 증가로 2023년은 영업이익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면서 “주가 회복은 체질 개선과 신사업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계열사 상황도 좋지 않다. 카카오그룹 캐시카우로 불리는 카카오게임즈 역시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말 내놓은 신작 아레스는 초반 구글 매출 순위 2위에 올라갔지만 현재는 10위권 중반으로 떨어졌다. 기존 작품인 오딘의 경우 3분기에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2분기 대비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목표주가도 4만원에서 3만원으로 낮췄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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