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기금으로 에어컨 설치 지원?…이상한 예산 편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기후대응기금에 정작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악영향을 주는 에어컨 설치 지원 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지와 별개로 적합한 목적에 따른 예산 편성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의 내년도 예산으로 올해보다 173억5800만원(19.1%) 증액한 1083억33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저소득층 가구와 사회복지시설의 에너지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단열·창호·보일러·냉방기기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에어컨 등 냉방기기 지원 내용으로 155억원이 편성됐다. 저소득층 1만8000가구와 사회복지시설 500개소에 고효율 에어컨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단열 시공 등 작업이 까다로운 다른 지원과 달리, 에어컨 설치 지원은 요건이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보니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에 산업부는 냉방지원 예산만 올해보다 36.5% 증액해 편성했다.
문제는 냉방지원 예산이 ‘기후대응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하지만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큰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이에 산업부는 2025년까지 수소불화탄소 사용량을 80% 감축하겠다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예정처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 지원을 주된 용도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에어컨 신규 설치를 지원하는 것은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은 ‘에너지 및 지원사업 특별회계’(에너지특별회계)에 편성돼 있었다. 근거법에 ‘에너지복지 사업’에 대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후대응기금으로 이관된 이후 줄곧 유지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위기로 인해 심해진 폭염과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이다 보니 기후대응기금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관됐다”며 “기후대응기금에도 ‘공정한 전환’ 항목이 있기 때문에 기금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원도 충분하지 않은 기후대응기금으로 적합성이 모호한 에어컨 사업까지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의 경우에도 기금 수입 부족으로 예산이 빠듯해지면서 복권기금으로부터 일부 재원을 전출 받아야 했다. 예정처는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서 냉방지원 중심으로 내년도 계획안을 증액 편성한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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