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살생부' 만드는 트럼프…"재선시 수사대상 검토중"

정현진 2023. 11. 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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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여론조사 바이든 앞서
WP "전 비서실장 등 사석서 언급"
"취임식날 시위 대비 '내란법'도 검토"

미국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성공 시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 등 연방 정부의 공권력을 활용해 본인에 비판적이었던 세력을 공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 정계는 대대적인 정치 보복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수개월 새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참모진과 지인들에게 법무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있었으나 나중에 입장을 바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은 정부 관료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쉽게 말해 '배신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인물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았던 존 켈리와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 타이 콥 전 백악관 변호사,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FBI와 법무부 내 일부 관료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에 포함된 인물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내놓은 인물들이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사한 군인들을 향해 '멍청이'라고 발언한 것을 공개하며 그를 비판한 바 있고, 바 전 장관은 2020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콥 전 변호사나 밀리 전 합참의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었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법무부에 곧바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그의 보좌진이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안 초안을 만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수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혐의나 증거를 들이댈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응징(retribution)'을 선거 유세 캠페인의 핵심 주제로 삼아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공개석상에서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사이크리슈나 프라카시 버지니아대 교수는 "만약 사람들이 집권한 뒤 반대 세력을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면 '바나나 공화국(해외 원조로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과 다를 바 없다"면서 "우리가 열망해야 하는 그 무언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취임식 당일 자칫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군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난입했던 당시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계획 대부분은 우파 싱크탱크에 비공식적으로 위탁돼 있으며 특히 '프로젝트 2025'라 불리는 단체가 내란법에 따라 군을 배치하는 대통령 행정명령 초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법은 대통령에 국내 법 집행을 위한 군대 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당시 내란법을 발동하라는 보수 진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는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된 WP의 확인 요청에 트럼프 선거 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상 법과 질서, 헌법 수호를 지지해 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이뤄진 각종 외신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제치고 경합 주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6개 경합 주 전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48%)이 바이든 대통령(44%)을 4%포인트 차로 우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선 곳은 네바다(52% 대 41%), 조지아(49% 대 43%), 애리조나(49% 대 44%), 미시간(48% 대 43%), 펜실베이니아(48% 대 44%) 등 5곳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앞선 곳은 위스콘신 1곳(47% 대 45%)뿐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보다 훨씬 많은 30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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