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3명만 뽑을까… 선수풀 확충 멈춘 클린스만, 아시안컵 불안요소 커져간다

김정용 기자 2023. 11.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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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기존 선수들을 빠짐없이 선발해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계획이라 해도, 선수를 더 뽑아 관찰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양자택일이 아닌 추가선발이 가능했음에도 23명으로 구성된 엔트리를 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11월부터 시작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10월과 비교해 추가된 선수는 골키퍼 송범근(쇼난벨마레) 한 명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05),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조규성(미트윌란) 등 주축 멤버들이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선발하지 않고, 실험도 하지 않겠다는 건 클린스만 감독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여기에는 타당성이 있다. 한국 감독들은 흔히 아시안컵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1년 정도 준비시간을 갖고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 임해야 한다. 자신의 축구가 10월 2연승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본다면 내년 아시안컵 본선까지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로 23명을 꽉 채우더라도, 새로운 얼굴 몇 명을 추가해 선수단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보통 국가대표팀은 필드플레이어는 포지션당 2배수, 골키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배수를 뽑아서 23명으로 구성되는 게 최소 규모다. 여기에 감독 성향에 따라 추가 인원이 생길 수 있다.


최근 A매치 2연전에 나서는 팀들은 대표팀 명단을 25~26명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급히 대표팀에 합류한다. 꼭 유럽대항전과 컵대회로 일주일에 2경기씩 치르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항공 이동과 급한 캠프 합류만으로도 체력소모는 심해진다. 특히 대표팀 경기 자체가 일주일 간격이 아닌 3~5일 간격이기 때문에 도중에 지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1차전에서 부상자나 퇴장자가 대거 발생하는 사태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0월 잉글랜드 대표팀은 25명이었다.


나아가 테스트할 선수들을 추가해 30명에 가까운 선수단을 구성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은 종종 30명 수준의 명단을 내놓곤 했다. 기존 선수들을 빠짐없이 선발하면서 새로운 자원들도 대표팀 훈련장에 불러 직접 관찰하고, A매치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다.


아시안컵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추가 테스트 선수가 필요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풀이 충분하다면, 그들 중 가려뽑은 아시안컵 멤버들로 담금질을 하는 시기로 삼을 수 있다. 오히려 현재 상황은 여러 포지션의 선수가 부족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를 계승하지 않고 많이 갈아엎었다. 또한 노장 중심이었던 일부 포지션의 대체자도 찾아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대표팀에 데뷔한 대표적인 선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 라이트백 설영우가 합격점을 받긴 했지만 '만점'은 아니었다. 더 나은 옵션도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테스트를 조금씩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현재 박용우와 이순민 정도만 대표팀에서 선발 및 기용되는 옵션이다. 다른 중앙미드필더들은 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만약 본선을 앞두고 박용우의 슬럼프나 부상 등의 변수가 발생한다면 한국은 이순민 주전 체제로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아시안컵은 부상 및 컨디션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회다. 유럽파가 늘어난 지금은 더욱 돌발변수가 많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대회 당시 손흥민이 뒤늦게 합류해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체력이 고갈된 채 소집되는 핵심 선수가 여러 명일 위험도 있다.


심지어 센터백은 4명도 아닌 3명만 뽑았다. 대회 엔트리가 한정된 상황에서는 다른 포지션을 늘리기 위해 일부 포지션의 더블 스쿼드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선수 추가 선발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센터백을 3명만 선발했다. 이들 중 김민재는 체력 부담에 따른 부상 위험에 가장 심하게 노출돼 있는 선수다. 아시안컵 본선에 센터백을 3명 선발해서 갈리는 없다. 이번 중앙수비 구성은 아시안컵 본선의 연습이라기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 각종 축구대회는 엔트리를 26명으로 구성하고, 경기당 교체카드를 5장 주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기존에는 엔트리 23명, 교체 3장이었으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정착된 새로운 문화가 아예 축구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23명 고집은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9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클린스만 감독(왼쪽), 이강인(오른쪽). 서형권 기자

클린스만 감독의 노선에 따라 대표팀이 순항하고,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전력 한국의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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