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후보부터 업셋까지, NC의 드라마틱했던 2023년

이준목 2023. 11.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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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 역전패,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

[이준목 기자]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3-2로 승리하며 3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룡군단' NC 다이노스가 드라마틱했던 2023년 여정에 아쉬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NC는 먼저 선취점을 올리고도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시리즈 결과 역시 NC가 먼저 2승을 올리고도 kt에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역스윕'을 허용하게 되면서 5차전은 플레이오프의 요약판이 되고 말았다. 한때 포스트시즌 9연승 행진의 돌풍을 이어갔던 NC는 결국 마지막 1승을 끝내 채우지못하며 3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꿈을 접어야했다.

NC의 2023시즌은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인 의미로나 '반전'의 연속이었다. 2020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 이후 2시즌간 7위-6위에 그치며 하락세를 보였던 NC는 올시즌을 앞두고도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양의지와 노진혁, 원종현, 이명기 등을 잃으며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류 루친스키가 팀을 떠나는 등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해야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여기에 양의지의 대안으로 영입한 FA 포수 박세혁,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 토종 에이스 구창모 등이 잇달아 부상으로 팀에 크게 기여하지못하는 악재도 겹쳤다. 올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도 NC를 5강 후보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고 심지어 꼴찌 후보로 전망한 이들도 있었다.

실제로 NC는 시즌 개막 이후 내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4월 14승 12패(.538), 5월 9승 11패(.450), 6월 13승 1무 9패(.591), 7월 7승 10패(.412)로 매달 팀성적이 오락가락을 거듭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5강권을 유지했지만 SSG-kt-두산-KIA 등과 박빙의 순위싸움를 벌이며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NC는 8-9월에만 27승 1무 16패(.628)의 호성적을 거두며 뒷심을 발휘했다. 순위 확정이 늦어지며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쳐야했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두산을 제치고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하며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홈어드밴티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에이스 페디는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37년 만의 20승-200K 동시 달성과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이뤄내며 올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거듭났다. 타선에서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로 이어지는 베테랑들이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고, 내야수 서호철과 김주원, 마운드에서는 신민혁과 류진욱, 김영규 등 각 포지션에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며 1군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시즌 막바지엔 김형준이라는 새로운 주전 포수감을 발굴해내는 성과도 있었다.

NC 돌풍의 진정한 시작은 가을야구부터였다. NC는 두산을 상대로 14-9로 승리하면서 와일드카드전을 1경기 만에 끝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3위 SSG를 상대로 내리 3연승을 거두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스윕 앤 업셋을 달성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kt를 만났다. 프로야구 막내 9-10구단이 가을야구에서 만난 것은 올시즌이 처음이었다. 정규리그 전적에서는 NC가 6승 10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상승세를 탄 NC는 1, 2차전에서 내리 kt를 제압하며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이어온 포스트시즌 연승행진을 9연승까지 늘렸다. 전설의 팀 해태 타이거즈가 1987~1988년 기록한 역대 가을야구 최다 연승과 타이기록이었다. 88.2%(PO 1-2차전 연승팀의 KS행 확률)의 확률을 잡은 NC는 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도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NC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체력이었다. NC 선수단은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정규시즌 막판부터 와일드카드-준PO를 거치느라 이미 피로가 너무 많이 누적된 상태였다.

준PO까지 최고조에 달했던 NC의 타격감은 PO 2차전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3차전에서 kt에 마침내 첫 승을 내주며 연승 행진이 끊겼고 포스트시즌 첫 영봉패(0-3)를 당한 것이 분기점이었다. 4차전에서는 2-11로 무기력한 대패를 당하며 흐름이 완전히 kt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최종 5차전에서는 선취점을 올리며 마지막 희망을 되살렸지만 경기 중반 kt에 역전을 허용하며 기세가 꺾여고, 경기 종료까지 단 1점 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3연패로 역스윕을 당할동안 NC 타선은 총 16안타 4득점에 그치며 차갑게 식었다.

믿었던 에이스 페디를 끝내 가동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무리했던 페디는 부상으로 와일드카드와 준PO 시리즈 등판을 건너 뛰었고,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야 복귀하여 6이닝 12K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최종 5차전에서 페디의 등판을 기대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인해 신민혁이 선발 등판해야했고 페디는 끝내 불펜으로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페디의 정확한 몸상태와 등판 거부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비록 마무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올시즌 NC의 여정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2-3년전과 비교하여 나성범-양의지-구창모-루친스키-박석민 등 우승 주역들이 모두 하나둘씩 이적하거나 부상-노쇠화 등으로 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올시즌에는 페디마저 포스트시즌에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차포를 다 뗀 전력으로 거의 한국시리즈 문턱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대단한 반전이었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을 거쳐 올해 정식 감독으로서 올라서 강인권 NC 감독은, 첫해 과정상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가을야구와 플레이오프 진출, 세대교체의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모두 이뤄내는데 성공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다음 시즌 NC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올 시즌 값진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분명 고무적이지만, 세대교체와 신구조화가 완성되었다고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코어 전력에서의 불안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시즌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는 메이저리그 복귀나 일본리그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 다음 시즌에도 NC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너무 잦은 부상 때문에 이제는 풀타임을 기대할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 역시 기복심한 타격과 가을야구에서의 부진으로 교체설이 유력하다.

공룡군단이 다음 시즌에도 올해의 돌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불안정한 외국인 선수진과 국내 선발 육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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