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은 엄마, 할머니와 손녀... 온 세대 하나 만든 시 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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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지난 5일, 내가 속한 '한국 시낭송 문화 군산 예술원'에서는 "인문학으로 꽃 피우는 시 낭송"이란 주제로 뜻 깊은 행사를 했다. 세대 간 나이로 인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감성 풍부한 시 낭송을 함께 하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와 자녀들,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 등 다양한 조합의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와, 각기 지닌 끼와 재주를 선보이며 시 낭송도 하고 동요도 부르는 낭만 가득한 잔치 마당 같은 날이었다.
풋풋하고 예쁜 젊음, 시 낭독하는 참가자들
본 행사 시작 전 오프닝 무대는 군산청소년 문화의 집 핑크퐁 댄스 동아리의 멋진 댄스 공연이었다. 젊음은 언제나 풋풋하고 예쁘다. 저들도 언젠가는 멋진 스타가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연습을 많이도 했나 보다. 절도 있게 춤을 추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 아기와 온 가족의 시 낭송 |
ⓒ 이 숙자 |
정말로 아기를 품에 안고 무대에 나온 엄마가 있어 깜짝 놀랐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사람들 앞인 것을 어떻게 아는지, 엄마를 도와주려는 건지 아기는 울지도 않는다.
시 낭송은 다들 초보자라는 마음 때문인지, 암기해서 하는 낭송보다는 낭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 낭송을 하고 잘하고 못하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모두가 진심으로 시를 대하고 있다는 마음,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별 헤는 밤 전문을 외워서 낭송한 초등학생
세 사람이 낭송을 한다. 행사에선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별 헤는 밤' 윤동주 시를 다 외워서 낭송을 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사실 그 시는 너무 길어 어른도 쉽게 외우지 못하는 시다. 초등학생 즈음 돼보이던데 집에서 얼마나 신경을 쓰면서 외웠을까? 그 시를 외우면서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궁금했다. 낭송이 끝난 다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 할머니와 동요부르고 나태주 시를 낭송한 손녀. 가슴 울컥하게 하는 손녀와 할머니 시 낭송 |
ⓒ 이숙자 |
모두가 맡은 일을 정말 정성을 다해 봉사해 주시는 우리 예술원 선생님들도 정말 돋보인다. 거의가 직장 생활하다가 정년을 하신 분들도 있어서 그런지 아주 일 잘하는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자 맡은 일을 질서 있게 잘해냈다.
시 낭송이 주는 기쁨
▲ 인터뷰 장면. 시 낭송하는 참가자와 인터뷰를 하고 촬영을 한다 |
ⓒ 이숙자 |
음식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일을 분야 별로 나누어하기 때문에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행사였다. 다들 처음 해 보는 행사라서 염려를 했지만 모두가 프로처럼 자기가 맡는 일을 잘해 냈다. 무슨 일이든 혼자는 어렵지만, 사람이 마음과 정성을 모으면 못해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회가 점차로 각박해지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경쟁 사회에 파묻혀 공부만 하느라고 마음의 정서가 매말라 가는 듯한 요즈음. 그런 현실을 보면서 때론 마음이 아프고 걱정도 든다. 자라날 아이들 정서 함양을 위해서도 아름다운 시와 글을 읽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그래서 아이들 마음이 좀 더 따뜻하고 순화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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