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은 김주성호, 감독 데뷔 첫 해도 우승 도전?

이준목 2023. 11. 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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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DB, 울산 현대모비스에 90-79 승리... 개막 6연승 질주

[이준목 기자]

 승리 후 기뻐하는 DB 선수들
ⓒ KBL 제공
 
'원주산성의 원조'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원주 DB가 12시즌 만에 개막 6연승을 달성했다. DB는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시즌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무려 19점차 열세를 뒤집고 울산 현대모비스를 90-79로 제압했다.

사실 전반만 해도 DB의 연승행진은 어려워보였다. 현대모비스는 이우석과 게이지 프림이 전반에만 25점을 합작했고 속공으로 연이어 득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DB는 로슨이 프림에게 고전을 면치못했고 첫 3점슛 9개가 림을 외면하는 등 야투 난조에 시달리며 전반을 40-54로 크게 뒤졌다.

하지만 3쿼터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성한 로슨이 15점 6리바운드 2블록슛을 몰아치며 3쿼터에만 DB가 27-13로 앞서 점수차를 원점으로 돌렸다. 4쿼터에는 양팀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다가 7분 17초를 남겨두고 프림이 심판 판정에 과도한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퇴장당하면서 DB쪽으로 급격하게 흐름이 기울었다. 전반에 54점을 몰아쳤던 현대모비스는 후반에는 프림의 퇴장과 연이은 턴오버 속에 전반의 절반도 안되는 25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DB는 에이스 디드릭 로슨이 36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김종규(13점 6리바운드)는 적극적인 몸싸움과 협력수비로 프림을 제어하는데 기여하는 등 궃은 일에 앞장섰다. 이선 알바노(14점 7어시스트), 강상재(10점 5리바운드)도 고비마다 힘을 보탰다.

DB는 이로서 2023-2024시즌 개막 이후 아직까지 유일한 무패팀으로 남았다. 2위 부산 KCC(2승1패), 3위 현대모비스-창원 LG(4승 3패)와는 2.5게임차이다.

개막 6연승은 김주성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2011-2012시즌(당시는 원주 동부) 이후 4395일 만이다. 당시 DB는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타워를 앞세워 개막 8연승을 질주했고 결국 44승 10패(.815)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리그 최강의 높이를 자랑했던 DB에게 '원주산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DB는 올시즌을 앞두고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화려한 선수진으로 '슈퍼팀'을 구성한 서울 SK, 부산 KCC 등이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반면 DB는 2019-2020시즌 공동 1위(코로나19로 PO없이 시즌 조기 종료)를 차지한 이후 최근 3시즌간 9-8-7위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6강 진출조차 실패하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몇 년간 외국인 선수 농사가 지지부진했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허웅의 이적과 윤호영의 은퇴로 스타들도 하나둘씩 팀을 떠났다.

DB 부활의 원동력은 트리플 포스트의 재건이다. 고양 오리온과 캐롯(현 고양 소노)에서 검증된 'PO 청부사' 디드릭 로슨을 영입하며 몇 년간 계속된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끊었다. 로슨은 30.3점(전체 2위), 9.7리바운드, 4.8어시스트, 1.8블록슛으로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과시하고 있다. 많은 슛을 책임져야하는 공격 1옵션임에도 슛 효율성은 일급슈터의 상징인 180클럽(야투 54.2%, 3점슛 43.1%, 자유투 81.8%)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탁월하다.

여기에 장신임에도 슈팅능력이 좋은 강상재, 몇 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부활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김종규까지, 세 선수의 공존이 가능해지면서 DB만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

12년 전의 DB와 비교하면 트리플 포스트가 전술의 핵심인 것은 동일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공격력에 있다. 당시 김주성-벤슨-윤호영의 '구 원주산성' 조합은 공격보다 수비에 훨씬 특화된 팀이었다. 2011-12시즌 기준, DB의 평균 득점력은 75.2점으로 10개 구단 중 8위에 그쳤으나 경기당 67.9실점으로 리그 최소실점팀이자 유일한 60점대 실점을 허용할만큼 압도적인 질식 수비를 자랑했다.

블록슛(4.1개)도 리그 1위, 리바운드(34.7개)는 2위였다. 다만 일대일에 능한 해결사가 없다는 한계로 인하여 단기전인 챔프전에서는 2위팀인 안양 KGC(현 정관장)에게 덜미를 잡히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반면 '신 원주산성'은 트리플 포스트와 트랜지션의 조화가 돋보인다. 빅맨 3명이 모두 정통센터라기보다는 4.5번 혹은 스트래치 빅맨에 가까운 유형이기에 상대 미스매치를 활용한 공격패턴을 더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로슨과 슈팅가드 알바노처럼 유사시 개인능력으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테크니션도 있다. DB는 상황에 따라 트리플포스트에서 박인웅, 김영현, 최승욱 등을 활용한 3가드와 스몰라인업 시스템도 가능하다.

올시즌의 DB는 개막 6경기에서 무려 95.2점을 몰아치며 전체 2위에 올라있다. 0.5점차로 앞선 선두 부산 KCC(95.7점)가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1위는 DB나 마찬가지다. DB는 개막 이후 두 번째 경기였던 창원 LG전(85-76)을 제외하면 모두 90점대 이상의 득점을 올렸으며, 야투(53.7%)와 3점슛(44.8%) 성공률에서도 모두 1위를 기록중이다. 심지어 이는 DB 외곽 공격의 핵심인 두경민이 무릎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세운 기록이라는게 더 돋보인다.

그렇다고 수비가 약한 것도 아니다. DB는 경기당 82.8실점으로 5위, 리바운드는 37.2개로 8위로 예상보다 떨어지지만, 이는 빨라진 경기 템포로 공수전환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신 블록슛은 1위(4.8개), 가로채기 2위(7.2개)를 기록하며 가로-세로 수비에서 모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주성 감독은 DB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현역 시절 DB의 원클럽맨이자 영구결번으로 3회의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 MVP 2회, 통산 1만득점, 4천 리바운드, 1037 블록슛(역대 1위) 등 누구보다 화려한 농구인생을 보냈다.

은퇴 후에는 2019년부터 DB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을 거쳐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정식 감독에 취임했다. 이로서 김 감독은 KBL 역사상 최장신(205cm) 사령탑이자 21세기(2002-2003시즌 데뷔)에 프로에 데뷔한 선수로서는 최초의 감독, 10년 이상 한 팀에 몸담았던 선수들 중 최초의 원클럽맨 출신 감독이라는 각종 이색적인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동안 프로농구계에는 스타 출신 감독이나 선수 시절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치고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감독 대행으로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서 11승 14패로 7위에 그치며 아쉽게 6강 진출에 실패했던 김 감독이지만, 올해는 아무도 예상못한 개막 6연승을 달리며 정식 감독으로 순조로운 첫 스타트를 이어가고 있다.

김주성 감독은 원주 농구의 역사 그 자체다. DB는 김주성 감독이 데뷔했던 2002-2003시즌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2007-2008시즌을 끝으로는 더 이상 챔프전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김 감독이 선수시절에 이어 '감독 데뷔 시즌'에도 DB의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끌어내며 또다른 역사를 수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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