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체티노 "SON 막겠다" 했지만…"손흥민 주장 정말 기쁘고 행복" 칭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좋은 밤이 되질 않길 바란다"며 상대팀 킬러가 된 제자 손흥민을 꼭 막아내겠다고 다짐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첼시 감독도 손흥민의 주장직 만큼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어린 선수가 쑥쑥 성장해 팀의 리더로 커가는 모습은 그를 영입하고 키워낸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보람이었다.
첼시는 7일 오전 5시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두 팀은 런던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들이지만 지금 처한 신세는 다소 다르다. 첼시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미국인 구단주가 영입한 뒤 성적이 참혹하게 추락했다. 이번 시즌에도 10경기를 치른 가운데 3승 3무 4패(승점 12)로 20개 구단 중 12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토트넘은 반면 주포 해리 케인의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이적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손흥민을 왼쪽 윙어에서 원톱으로 보직 변경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됐고,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과 골키퍼 굴리에모 비카리오를 각각 레스터 시티(잉글랜드), 엠폴리(이탈리아)에서 데려온 것이 주효했다. 8승 2무(승점 26)로 무패행진을 달리며 순위표 맨 위에 올랐다.
첼시 입장에선 과거 전력이 아래였거나 비슷했던 토트넘에 이제 도전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 여름 토트넘의 가장 최근 전성기를 이끌었던 포체티노 감독을 영입한 터라 이번 대결은 더욱 시선을 끌 전망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013년 토트넘에 부임한 뒤 2019년 11월 경질될 때까지 6년간 북런던 명문 구단을 지휘했다. 그 사이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각각 한 차례씩 이끌었다. 케인과 손흥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으로 짜여진 이른 바 'DESK 라인'을 구성해 토트넘을 젊고 활기 넘치는 팀으로 바꿔놨다.
그런 포체티노 감독이 적장이 돼 4년 만에 토트넘 홈구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제 포체티노 감독 앞에 케인과 에릭센, 알리는 전부 사라졌다. 손흥민 혼자 남아 주장 완장을 차고 과거 스승을 맞는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토트넘 경기장으로 가는 감회를 토로하면서도 손흥민을 막겠다며 승리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어떻게 멈추게 할 생각인가"란 질문에 "내가 센터백을 뛸 건 아니라서"라며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임을 상기시키며 웃은 뒤 "우리 팀 수비수들이 막아야한다. 우리는 그가 환상적인 선수라는 것을 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다. 그에게 좋은 밤이 되지는 않길 바란다"고 했다. 손흥민을 치겨세우면서도 그를 꽁꽁 묶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에 더해 영국 언론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주장직을 잘 해내고 있어 토트넘이 1위를 하는 것 같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6일 영국 유력지 '이브닝 스텐더드'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훌륭한 프로페셔널이면서 훌륭한 선수"라고 극찬한 뒤 "그가 토트넘 주장이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주장직을 하는 것이 왜 기쁜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사람이 성장하고, 사람이 성숙해지고, 최고가 됐다. 그러니까 주장을 맡아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했다. 손흥민이 축구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면서 자신의 애정이 묻어 있는 구단에서 이제 리더로 성장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캡틴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 개인의 행복도 된다고 알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잘 지내면, 그 것 또한 당신의 개인 행복을 증가시킨다"며 "우리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잘지내는 것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말로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의 좋아하는 사람에 포함돼 있음을 알렸다.
과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던 포체티노 감독은 이후 지도자로 일찌감치 변신, 에스파뇰과 사우샘프턴 감독을 잘 해내면서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 부임 3년차에 왔는데 처음엔 토트넘의 확고부동 주전 공격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같은 포지션에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에리크 라멜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데뷔 시즌인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1년 만에 독일 유턴을 결심한 뒤 포체티노 감독을 찾아갔다. 실제로 당시 독일 중상위권 구단인 볼프스부르크가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볼프스부르크는 토트넘이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토트넘에 주겠다고 했다. 원금 회수가 가능해서 토트넘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손흥민도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설득했다. 마지막 담판에서 손흥민을 붙잡은 것이다.이후 결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이적 포기 직후인 2016년 9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해당 시즌 '이달의 선수'를 한 번 더 받는 등 라멜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손흥민은 이후에도 쭉 내달려 프리미어리그 111골을 넣는 등 '리빙 레전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손흥민과 포체티노의 2016년 8월 담판 '나비 효과'가 굉장했던 것이다. 이를 아는 포체티노 감독이 지금의 손흥민을 보면서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이브닝스탠더드는 포체티노가 길러낸 또 하나의 역작인 케인에 대한 이야기도 추가로 공개했다.
공교롭게 케인이 떠난 뒤 토트넘이 선두를 질주하면서 '케인 없어서 토트넘이 잘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물론 케인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10경기 15골 5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는 중이다.
포체티노는 "케인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토트넘은 확실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은(토트넘은)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토트넘은 성과를 내고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더 나은 위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 케인이 있었다면 토트넘이 상위권에서 1점 차로 앞서는 대신 10점 차로 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꾸로 성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축구에선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케인이 없어서 토트넘이 잘한다는 것도 어디까지지나 가정이라는 것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온 뒤 축구 스타일이 바뀌었는데 예전의 축구로 케인 유무 효과를 논하기는 맹점이 많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첼시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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