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30일', 최약체의 기분 좋은 반란…흥행 키워드는 '웃음' [D:영화 뷰]

류지윤 2023. 11. 6. 14: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0일' 200만 돌파 고지

한국 영화계에서는 톱스타 캐스팅, 큰 예산 등이 투입된 작품들이 관객들의 눈에 먼저 띄고는 한다. 하지만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가 출연한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약체로 꼽혔던 작품들이 반전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육사오', '30일'이 모두가 예상을 깨고 흥행을 써내려 가며 놀라움을 안겼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의 현재 누적 관객 수는 199만 6995명이다. '30일'은 서로의 지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부부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로, 지난 달 3일 개봉 당일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한 11월 25일 직전까지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했다.

개봉 초반에는 다소 적은 관객 수로 힘을 받지 못했지만 개봉 주보다 2주 차 주말에 관객이 더 몰리는 흥행 추세를 보이더니, 신작들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중국에서는 리메이크를 확정했으며,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개봉을 확정 지었다.

'30일'은 추석 연휴와 개천절이 포함된 황금연휴를 노린 작품으로 송강호의 '거미집', 강동원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하정우의 '1947 보스톤' 등의 기대작들과 겨뤄야 했다. 세 작품이 추석 연휴 같은 날 개봉을 택하자, '30일'은 한 주 늦게 10월 3일 출격했다.

'30일'은 연기를 차치하고 스크린에서 앞서 언급된 배우들에 비해 흥행 경험이 적은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코미디 영화로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제작비 역시 경쟁작들이 100억 원을 훌쩍 넘긴 것과 달리 80억 원이 투입됐다. 만듦새를 떠나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며 '범죄도시3',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흥행작이 됐다.

지난해에는 '육사오'가 예상치 못한 깜짝 흥행을 보여줬다. 57억 원 당첨금의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의 쟁탈전을 코믹하게 그려낸 '육사오'는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 사이에 개봉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작품이다.

총 제작비 70억 원에 고경표, 이이경 주연으로 비슷한 시기에 경쟁해야 했던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공조2: 인터내셔널'과 비교해 최약체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개봉 이후 '육사오'는 198만 관객을 동원, 베트남에서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한 영화가 됐다.

화려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육사오'의 가벼운 코미디가 산뜻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다. 재기 발랄한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2014년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여름 시장에서 웃었다. 2014년은 여름 성수기는 대형 배급사 4곳이 모두 쟁쟁한 작품을 내놔 어느 때보다 흥행 열기가 뜨거웠던 해다. CJ엔터테인먼트의 '명량', 쇼박스는 '군도: 민란의 시대', 뉴는 '해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선보였고, 코미디 영화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개봉 전 빅4중 최약체로 꼽혔다. 그러나 남녀노소를 품은 웃음 코드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감이 기분 좋은 반전으로 작용,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1761만 명을 기록한 '명량'에 이은 승자가 됐다. 당시 '군도: 민란의 시대'는 477만, '해무'는 147만 명 관객에 그쳤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코미디로 관객들의 웃기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최근 관객들이 티켓값이 오르고 OTT 환경에 익숙해져 영화를 고르는데 깐깐해졌다고 하지만, 확실한 목표지점을 가지고 완주하는 영화들에게는 후한 평가도 내리고 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육사오', '30일'이 다른 경쟁작들보다 잘 만든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참신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관객들이 원하는 웃음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