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휴전' 거부한 이스라엘, 48시간내 가자시티 시가전 예고
인질 석방을 위한 미국과 서방의 '일시 교전 중지' 요청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 48시간 내에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시티에 보병대를 투입한 전면적 시가전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이 특정한 공격 대상은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48시간 안에 가자시티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며 “시가전의 목적은 도시로 숨어든 하마스 무장세력들을 찾아내고, 지하 터널과 하마스의 군사, 민간 기관들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하마스의 핵심 인사들이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가자지구 최대 규모의 알시파 병원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의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군이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고, 해안 도시(가자시티)를 둘로 분할했다”며 “골라니 연대 소속 정찰부대가 해안에 도착해 그곳을 점령하면서 오늘 북(北)가자와 남(南)가자가 생겼다”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이어 “우리는 가자 북부의 민간인이 남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아직 인도적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며 “우리는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를 공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에 앞서 공격 대상으로 삼은 가자 북부 민간인에 대한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막대한 민간인 피해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교전 중단 압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연일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교전 중지를 요청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백악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중동에 급파했다.
조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CBS에 출연해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교전이 일시 중지될 수 있다”며 “협상은 막후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일 인질 석방 문제와 관련, “(교전의) 일시 중지가 필요하다. 일시 중지는 포로들을 석방할 시간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고, 4일에도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재차 방문한 블링컨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교전의 일시 중단을 요청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고 밝힌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와의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 및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등과 만난데 이어 서안지구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중재 시도를 이어갔다. 5일엔 예고 없이 이라크를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도 면담했다.
미국은 특히 하마스를 배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번 사태가 ‘제2의 중동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란은 반(反)이스라엘ㆍ반미를 주장하는 시아파의 ‘맹주’ 국가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중동 국가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자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SNS에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관할지역에 도착했다”며 이집트 수에즈 운하 인근을 지나고 있는 잠수함의 사진을 공개했다. 잠수함의 이름이나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탑재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잠수함이 특정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CNN은 이미 중동에 상륙준비단, 항공모함타격단 2개 등의 자산을 배치한 미군이 잠수함의 추가 배치 사실까지 공개한 것과 관련 확전을 차단하기 위해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게 억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은 또 블링컨 장관에 이어 CIA국장까지 이스라엘에 급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에 급파된 번스 국장은 하마스의 테러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정보 제공 강화 등을 논의하는 한편,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를 접견해 확전 차단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요르단은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ㆍ하마스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압둘라 2세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민간인 수백명이 희생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직후 회담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이 전면적 시가전을 앞두고 적극적 중재를 벌이는 배경은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 여론의 악화와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여론 동향과도 관련이 관측이 나온다.
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내년 대선에서 접전지로 꼽히는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 주 유권자 36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는 39%에 불과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주요 대학가에서는 연일 유대인과 무슬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에 따르면 스탠퍼드대에선 최근 최소 5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고, 코넬대에선 유대인 율법을 따르는 음식을 파는 교내 식당에 총을 쏘겠다는 협박글을 올린 학생이 체포되며 긴급 휴교령이 내려졌다. 컬럼비아대에서도 이스라엘 학생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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