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집중력 100%... 사격 3관왕 예은이의 꿈
[심명남 기자]
▲ 금메달 3관왕을 차지한 여수여고 박예은 선수가 이날 10.9만점에 10.8을 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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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여자고등학교(교장 송영석)가 사격의 명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명사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2학년 박예은 학생. 박양은 제52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사격대회에서 본선과 결선 모두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다. 또 올해만 전국대회에서 세번의 금메달을 따 개인전 3관왕에도 거뜬히 올랐다. 특히 지난해 개인전 금메달 1위와 현재까지 통산 개인 금메달 순위 1위 기염을 토해 명사수로 이름을 날렸다.
▲ 순간 집중력 100% 고2 박예은 선수가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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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호 코치가 박예은 선수의 사격을 지도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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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일 여수여자고등학교 교정에 있는 '너의 열정을 응원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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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을 일망타진하는 명사수의 활약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최근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이 거세다. 이념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 설치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 쓰레기장과 고압변전실을 지나자 사격장에 들어갈 수 있는 여수여고 '여주사격장'은 사격장이 좁아 쓰레기장까지 나와야 정식 사격장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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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한민국이 첫출전한 올림픽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다. 고급 스포츠인 사격의 경기용 총은 군용이나 수렵용보다 훨씬 무겁다. 총 무게만 4.5~4.7킬로다. 총을 들고 하체의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서 몸의 떨림을 막고 자세를 고정하기 위한 사격복과 바닥 접지를 위한 사격화를 착용한다. 먼 거리에서 0.5m 샤프심을 맞히는 것과 같은 정교함을 요구하는 경기가 바로 사격이다. 사격은 10.9가 만점인데 0.1점 차이로 순위가 뒤집히는 경기다.
이날 여수여고 사격장을 찾았다. 사격장에 들어서려면 학교 쓰레기장과 고압 변전실을 지나자 '여주사격장'이 나온다. 연습장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사격장은 좁고 감독, 코치실도 없이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동안 수상했던 트로피를 놓을 공간조차 없어 창고에 방치 중이다. 특히 여학생 선수들이 사격복을 갈아입을 탈의실도 변변찮다. 그나마 2008년에 좋아진 게 지금의 시설이라는데. 전남교육청은 이 같은 실태를 아는지 묻고 싶다.
▲ 여수여고 김철영 감독은 "사격은 연습만 많이 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고 집중력과 타고난 기질이 있어야 하고 특히 선수와 지도자 간 엄청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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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여고 출신 유명 사격선수 중 2014년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딴 곽유현 선수가 있다. 그 뒤를 이어 현재 전교생 총 7명의 선수가 뛰고 있다. 구슬땀을 흘리는 여주사격장에 화인베루바900 독일제 총 7대가 놓여 있었다. 이 총의 가격은 600~700만 원으로 개인 허가가 있어야 지급된다. 조준기까지 장착하면 8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
여수여고 김철영 감독은 "선수층이 실업팀은 스물다섯까지인데 예은이는 18세 고2로 선수층보다 나이는 어려도 엄청 점수를 잘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격은 연습만 많이 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고 집중력과 타고난 기질이 있어야 하고, 특히 선수와 지도자 간 엄청난 믿음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감독, 코치와 선수의 신뢰를 강조한 것.
김 감독은 이어 "국가대표 선발은 세계대회를 두 번 이상 참가해야 자격이 생긴다"라면서 "김현호 코치와 박예은 선수는 한번은 참가했고, 한 번 더 남았는데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1000만 원 상당의 경비를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데 예은이의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란다. 11월 14일 헝가리 국제대회는 이미 선발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12월 일본 동아시아선수권대회가 있는데 국가대표에 선발되려면 국제대회에 꼭 참가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격에서 국가대표 선발인원은 2~3명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하지만 예은양은 10점대 탑건의 실력을 갖춰 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20년 이상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을 이끈 여수여고 김현호 코치는 "예은이는 순간 집중력이 타고났다"라면서 "다른 얘들보다 쏘기 힘든 탄착군을 형성해 이미 국내에서 뛸 선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김현호 코치는 "예은이가 총을 잘쏘고 심리적으로 단단해지고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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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코치는 "우리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이 운동할 때 그만큼 지원을 잘 해주시니까 그나마 다행이다"면서 "좋은 선수를 만들테니 꼭 기대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운동선수들은 세계랭킹 1위 선수들을 보면 먼저 겁을 먹어요. 그러면 자기 실력을 못 발휘하죠. 예은이는 18살 어린 나이지만 25살 실업팀에 밀리지 않아요. 우수한 사격선수는 발목이 좋아 중심이 안 움직여야 하는데 신체조건도 잘 갖췄어요. 10점 흑점이 깨의 절반만 한데 예은이는 거의 다 맞춥니다. 순간 집중력이 100%예요. 우리나라에서 공기소총 올림픽 메달 하나도 안 나왔거든요. 예은이가 잘 성장해 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예은이가 총도 그렇게 쏩니다. 심리적으로 단단해지면 좋은 선수가 되죠. 그것이 바로 지도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예은 선수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내년 파리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면서 "여수여고 사격부는 실업고가 아닌 일반고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은 전문적으로 체육만 하는 체고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격을 하면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고 사격에만 집중한다. 다만 경제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서 부모님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다. 사격을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유전자를 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 김현호 코치와 김연서, 김의주, 박예은 학생이 교정에서 여수여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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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은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사격장에 동행한 2학년 8반 김연서 학생은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고, 신약에 관심이 많다"라면서 "우리 학교에 예은이 친구가 있어 자랑스럽고 꼭 국가대표가 되길 기대한다. 멋진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학생회장인 2학년 4반 김의주 학생은 자신의 꿈에 관해 묻자 "사회문제나 교육적으로 관심이 많다"면서 "사회에 이바지하고 학생들이 입시제도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 가능하다면 교육 분야에서 정책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복지나 교육전문가, 어려운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아동 전문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은 친구가 꼭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전교생이 응원하겠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교정을 나서면서 마지막 "얘들아! 청춘은 열정만큼 뜨겁게 불타고 자신의 열정을 바쳤을 때 보석처럼 빛이 나는 거야. 열심히 해서 꼭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랄게"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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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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