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공매도 금지, 표심 잡기용 아니다…불법만 100개 종목"
총선용 포퓰리즘 비판 일축 "시장조치일 뿐"
코스피·코스닥 100개 종목 불법 공매도 대상
"MSCI 편입, 궁극적 목표 아냐…개인 보호해"
"선진적 공매도 제도 도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성 결정이라는 일각의 비판·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6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발표한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면서 "선거를 앞두고 한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밖에서 뭐라고 얘기하든 (공매도 금지 결정의) 요건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작년 이후 공매도 관련 검사, 조사하면서 많이 분석해보고 특별조사단도 출범시켰는데, (우리 시장은)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가 아니라 유리가 다 깨질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된 장이었다"면서 "금융업계에 발을 깊이 담그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만연히 (불법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불법 공매도, 즉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의 규모가 크다는 뜻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이 기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매도 제도에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만기, 강제 처분의 기준인 담보 비율 등이 다르다며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학계와 증권가에서 합의된 의견임에도 금융당국이 전면 금지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가 필요한 조치임을 강하게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는) 가격 시스템 신뢰(저하)로 인해 투자자의 결정이 왜곡되는 측면이 크다"며 "이를 고려할 때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정치권에서 이와 관련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건 시장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특히 누군가 얘기해서 아무 검토 없이 갑자기 발표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큰 오해이고, 수개월 점검해 정부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앞서 "김포 다음은 공매도"라며 공매도를 선거용으로 쓰겠다는 의도를 비친 여당의 결정과는 별개의 판단이었다는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180조에 따르면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안된다고 하면서 차입공매도의 경우 증권시장 안정 등을 전체로 허용하는 구조"라며 "시장 안정이나 정당한 가격 형성의 저해를 초래할 경우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확인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대상만 봐도 코스피,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100여개 종목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가 수개월 동안 카카오와 호텔신라 등 100개가 넘는 종목에 대해 5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원장은 "특정 IB 거래는 국내 증권사들의 창구 역할이 없으면 운영되기 힘든데 증권사들이 공매도 주문을 받는 데 있어 적정하게 시스템을 운영했는지 매우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미 파악한 것도 이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엔 실증적 분석보다 시장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패시브 투자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한국 주식 시장이 여러 이유로 시장이 원활하지 않아 투자가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헤지 수단이 없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200개 종목에 대해 개별 선물 종목이 있고 그걸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불법 조력자라도 (불법 공매도를 신고한다면) 억대의 포상금을 받도록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번 조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선진지수 편입 자체가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라며 "자본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 투자자 보호로 인한 실물경제 성장 등이 큰 목적"이라고 답했다. 편입을 위해 공매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 잘 알지만, 우리가 신뢰를 얻어야 할 대상은 외국인과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환율이 1450원이 넘을 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많은 투자자가 달러를 들고 미국 시장으로 향하면서 결국 시장 간 경쟁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 주식 시장은 뉴욕이나 런던보다 매력적일 수 있고 그만큼이 아니더라도 향후에는 될 수 있다는 것을 외국인과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궁극적인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선진적 공매도 제도를 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며 "다양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든가 그 과정에서의 실태 점검 등은 이른 시일 안에 금융위 중심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5일 임시 금융위원회 의결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 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6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전면 금지한다. 공매도 재개 여부는 내년 6월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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