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묻힌 협박편지…"국가적 비상사태" 말 나온 美선관위

서유진 2023. 11. 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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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애리조나 등 주요 선거구에서 선거관리 직원의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 이후, 선거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을 위협·협박하거나 직무에 간섭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숙련된 선관위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며 내년 대선이 인생 첫 감독 사례인 경우도 나온다고 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매체는 "선관위 직원의 이탈은 국가선거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감시단체 이슈원(Issue One)에 따르면 미 서부 11개 주는 2020년 대선 이후 지역 선거관리 책임자가 160명 이상 사직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들어오면서 11개 주 중 일부는 최고 책임자의 선거관리 경력이 평균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선거관리직원 이탈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 미국 유권자.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텃밭을 1만표 차로 뒤집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애리조나 주(州)는 같은 기간 카운티 선거 책임자 15명 가운데 12명이 떠났다. CNN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 국무장관인 아드리안 폰테스는 애완견이 독극물 중독 테러를 당했는데 현지에서는 선거와 관련한 협박 목적의 테러로 보고 있다.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내 67개 카운티 중 40개 카운티에서 선거관리 책임자(부책임자 포함) 70명이 그만뒀다. 필라델피아 선거 감독이던 알 슈미트는 지난 대선 도난 주장 때문에 가족이 위협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합주가 아닌 곳에서도 선관위 직원을 협박한 사례가 나왔다. 시애틀이 속해 있는 워싱턴 킹카운티의 선거 책임자인 줄리 와이즈는 지난여름 선거 관련 협박편지를 받았다. 조사결과 편지에서 마약 성분인 펜타닐이 검출됐다. 실제 미국에서 마약을 단속하던 경찰관이 실수로 펜타닐을 흡입해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영유아가 펜타닐이 묻은 종이를 빨아먹거나 가루를 들이마셔도 숨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협박을 받으니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슈원 대표인 닉 페니먼은 CNN에 "우리 선거 시스템은 끔찍할 정도로 무시되었고 선거 관리원은 심한 학대를 받고 있다"면서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우려했다. 미 법무부는 2021년 선거 관리원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금까지 최소 14명을 형사 고발했다.

지난 2020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선거관리사무소에서 개표가 진행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다들 선거 관리직을 기피하면서 내년 대선이 첫 감독사례인 경우도 나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최소 26명의 선거관리위원(전체의 25%)이 카운티의 최고 선거 책임자로 처음 일할 예정이다. 주 선거관리위원회 전무이사인 캐런 브린슨 벨은 "숙련된 직원들을 잃고 밤잠을 설친다"면서 "열정이 넘쳐도 선거 관리 경력이 전혀 없으면 잘 해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초보자들이 선거관리를 도맡게 되면 신뢰 문제가 다시금 제기돼 대선 불복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선거 경험이 적은 이들이 선거를 운영할 경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정선거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하게 승리했다고 보는 공화당원이 70%였으며 내년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공화당원이 상당수라고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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