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퇴직도 재난처럼 대응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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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50대 중반이 접어들다 보니 주변에 하나 둘 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퇴직은 배우자 사별, 이혼 등과 더불어 인생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변화 중 하나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퇴직으로 인한 소득절벽을 인생의 재난 사건으로 인식하고 대응 훈련을 해 보자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퇴직한다면, 어떻게 소득 절벽의 시기에 대응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은 급작스러운 퇴직을 직면할 경우, 곤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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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50대 중반이 접어들다 보니 주변에 하나 둘 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퇴직은 배우자 사별, 이혼 등과 더불어 인생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변화 중 하나다. 큰 변화가 그렇듯이 퇴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총체적이다. 일상뿐 아니라 심리적 변화도 동반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경제적 변화일 것이다. 급여라는 형태의 현금흐름이 중단되거나 급격히 줄어든다. 갑작스레 퇴직할 경우에는 현금흐름 감소의 여파가 더욱 클 것이다. 소득 절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퇴 설계에서는 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점까지의 시기를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긴 틈인 크레바스에 빗대어 ‘소득 크레바스’라고 한다.
소득 크레바스가 원래 단어의 뜻처럼 좁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도 주된 일자리에서 60세까지 근무하고 65세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보다 사정은 낫지만 60세까지 일한다 해도 임금피크제로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겪어야 한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시간 동안 현금흐름의 단절 혹은 급격한 감소를 견뎌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의 소득만큼 소득 절벽의 시기를 다른 일자리나 자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정도는 다르지만, 소득 절벽에 어떤 형태로든 직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재무적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가입하고 있는 연금을 활용하거나, 보유 자산을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으로 바꾸거나, 기존 자산에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상속이나 증여로 자산을 수증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마도 대다수 사람은 자산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소득 크레바스에 대비해 다양한 형태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함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퇴직으로 인한 소득절벽을 인생의 재난 사건으로 인식하고 대응 훈련을 해 보자는 것이다. 마치 화재 등의 재난에 대비해 민방위 훈련을 하듯이 말이다.
파산법 교수 출신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에서 제안한 ‘재정소방훈련’개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원래 이 개념은 맞벌이 부부들의 경제생활을 위해 제안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퇴직자들에게 더 적합한 개념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퇴직한다면, 어떻게 소득 절벽의 시기에 대응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은 급작스러운 퇴직을 직면할 경우, 곤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퇴직 전에 마무리해 놓아야 할 재무적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주택담보대출, 보험료 등의 고정 비용을 정리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지속적인 현금의 유출 요인이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어느 정도 축소할 수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급작스레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기에, 앞서 얘기한 재정소방훈련을 6개월 정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퇴직 이후 10년이 노후 생활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이 10년을 어떻게 대응할지 사전 훈련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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