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공매도의 '정치적 활용' 우려

임정수 2023. 11. 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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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거래다.

투자자들은 주식도 없으면서 빌려서까지 팔아 주가에 악재가 되는 공매도를 원망하기 일쑤다.

최근 이차전지주 폭락과 맞물려 공매도가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의 원흉이 됐다.

이들이 범죄의 타깃으로 삼은 주식은 대부분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아, 적은 양의 거래로 주가를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는 종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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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위한 공매도 중단' 반발
정치 수단화…자본시장 선진화 퇴행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공(空)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거래다. 투자자들은 주식도 없으면서 빌려서까지 팔아 주가에 악재가 되는 공매도를 원망하기 일쑤다. 최근 이차전지주 폭락과 맞물려 공매도가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의 원흉이 됐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시장 기능을 갖고 있다. 수요와 공급 양쪽 유동성의 균형을 통해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높이는 역할이다. 풍부한 수요와 공급이 수급 양쪽에서 균형을 이룰 때 시장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원리다.

시장의 수급은 보유 현금으로 주식을 사려는 수요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현물을 팔려는 공급이 기본 토대를 이룬다. 여기에 돈을 빌려(미수·신용·대출 등) 주식을 사는 수요와 주식을 빌려 파는(공매도) 공급이 양쪽에 가세해 시장 유동성을 늘리는 기제로 작용한다. 공매도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수요측에 대응해 공급쪽 유동성을 보완하는 일종의 수급 균형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쪽의 유동성이 빠져 균형이 깨지면 주가가 다른 한쪽으로 과도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과거 국내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식시장의 가격결정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적정 가격을 벗어나 과도하게 주가가 상승하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를 제한했을 때 주가의 과대평가가 잘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공매도 재개 후 변동성이 감소하고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의 빈도가 줄어드는 한편, 거래 회전율도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가조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라덕연 사태’ 등 대형 주가조작의 시작은 항상 타깃이 된 종목의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들이 범죄의 타깃으로 삼은 주식은 대부분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아, 적은 양의 거래로 주가를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는 종목들이었다. 공매도가 균형추 역할을 했다면 과도한 주가 상승이 발생하지 않고 투자자 피해도 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라덕연 일당이 쉽게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주가조작을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공매도의 순기능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평소 ‘시장주의자’로서의 지론과 달리 공매도 중단을 선언할 정도로 현재의 공매도 상황이 심각한 상태인지 의문이다. 공매도 금지 선언 이후 정치권(국민의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줄줄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외 주요 언론은 일제히 내년 총선에 대비한 국민의힘 측 선거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이은 개미들 표심 잡기 방안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매도 중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심상치 않다. 김포시 서울 편입 전략은 김포 이외 지역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있고, 공매도 중단은 보수 지지층인 합리적 시장주의자들의 비판을 받는다. 시장 원리에 충실해야 할 보수당이 공매도를 지극히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공매도의 정치 수단화가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 속도만 늦추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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