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그렇게 절망적? 시사 프로 떠나는 기자들

임병도 2023. 11. 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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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시사' 최경영 기자에 이어 '경제쇼' 홍사훈 기자도 하차와 동시에 퇴사

[임병도 기자]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타이틀
ⓒ KBS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두 명이 연이어 방송에서 하차했다.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자였던 최경영 기자와 <홍사훈의 경제쇼> 홍사훈 기자가 마지막 방송과 함께 KBS도 퇴사했다. 

최 기자와 홍 기자는 KBS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많은 애청자를 보유했던 터라 방송 하차와 퇴사 이유에 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최경영 "가면 무도회에 몰두하는 기득권 집단이 한국을 지배"

최경영 기자는 지난달 27일 마지막 방송 시작 발언에서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다. KBS도 떠날 생각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그들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서 독립적인 공영방송 언론인의 삶의 시간표가 결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회적으로 공분할 사안에 제대로 공분하지 못하는 퇴행적 언론 상황에도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숨이 막혀 죽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부와 언론사의 정보 전달 경로가 하향식에서 쌍방향 네트워크로 바뀌었다"면서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진실을 감추기는 힘든 구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에 가면을 쓰고 무도회에서 춤을 추다 보면 국민들도 대충 속아 넘어가 자신들에게 투표해 주길 바라는 건 시대착오적이며 그런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고 했다. 

최 기자는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선 유권자는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필요로 하고 저널리즘의 기본 사명은 유권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런데도 아직 가면 무도회에 몰두하는 기득권 집단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 정치·경제·법조·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마지막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고 싶은 말로 끝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좋았다"는 말로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한 전화 통화에서 '현재 KBS 상황이 그 정도로 절망적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느낀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최 기자의 퇴사가 윤석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언론 장악 및 탄압 조치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최 기자는 퇴사 이후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추모 예배와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홍사훈 "지금의 언론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KBS 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타이틀
ⓒ KBS홈페이지 갈무리
 

홍사훈 기자는 11월 3일 방송에서 하차와 퇴사 소식을 동시에 알렸다. 홍 기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경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던 제가 경제쇼를 진행해보겠다고 덤빈 그때 제 자신의 용기에 스스로 감사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언론에도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건 이런 용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무지막지했던 1980년대 군사독재를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가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몇몇 언론의 그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고 있다"며 "의혹이 있으면 취재하고 확인이 되면 보도하라, 저는 그렇게 배웠다. KBS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 한국 경제를 위해 더 큰 용기를 가져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정의를 다 잡아보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잡지 못하고 이제 저는 내려간다"면서 "지금까지 경제와 정의를 다 잡아보려 했던 홍반장, KBS 기자 홍사훈이었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국민의힘 'KBS 편파방송'... 노조 '공영방송 개입 중단하라'
 
 지난달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국회에서 'KBS 민노총 노영방송,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라는 피켓을 두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경영 기자와 홍사훈 기자의 하차와 퇴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KBS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이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여당은 KBS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KBS의) 편파 방송이 도를 넘는다"고 말하면서 'KBS 민노총 노영방송, 국민들은 분노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책상 앞에 두고 질의를 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도 "KBS 진행자들이 과도한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출연료로 4억 받는다구요? 제 출연료는 1만 4000원, 한 주에 7만 원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1일 열린 국회 과방위 예산안 심사 관련 전체 회의에서 민형배 의원이 "수신료 분리 고지 이후 KBS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송발전기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우선 KBS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 후보자도 이 위원장과 비슷한 언급을 했다"면서 "목숨줄이라고 할 수 있는 지원금을 인질 삼아 TBS 방송국을 파탄 낸 것처럼 KBS도 같은 방식으로 망쳐놓겠다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개입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KBS 사장 강제 해임과 수신료 분리 징수 등 공영방송에 대한 여당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47위로 작년보다 4단계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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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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