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통영, 밤에 오길 잘했다
[김종신 기자]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속이 답답하면 떠나야 합니다. 통영의 바다는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위로해 줍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통영 야경 투어에 앞선 든든하게 해물 정식으로 먼저 배를 채웠다. |
ⓒ 김종신 |
오후 5시 30분. 해가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서녘으로 넘어갈 무렵입니다. 통영유람선터미널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식후 금강산이라고 먼저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통영이라면 먹을거리가 아주 많지만, 바다에 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해물 정식을 찾았습니다.
단층 건물의 깔끔한 곳에 들어서자 탁 트인 홀이 푸근합니다. 해물탕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부글부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어갈 무렵 찬들이 깔립니다. 굴전을 비롯해 멸치회무침, 생선조림 등이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입가에 행복한 침이 돌게 합니다.
'달 뜨니 통영 술상 생각나는구나!'
▲ 통영 야경투어에 나서는 충무공유람선 |
ⓒ 김종신 |
속을 든든하게 채웠으니 본격적인 야경 투어에 나설 차례입니다. 충무공유람선에 탑승했습니다. 1, 2, 3층으로 이뤄진 유람선에 오르자 통영 바다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온몸에 착 감깁니다.
▲ 통영 유람선에서 바라본 강구안 |
ⓒ 김종신 |
까만색으로 통일한 사방천지는 여백처럼 넉넉합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빛들이 우리 두 눈에 들어옵니다. 집어등을 밝히고 좽이질하는 어선을 비롯해 연필등대가 우리 일행을 탐험하는 모험가로 만듭니다.
한산도 쪽으로 향하다 배는 선수를 돌립니다. 강구안으로 갑니다. 가는 중에 이순신공원을 지나고 남망산공원을 먼발치에서 봅니다. 잔잔한 바다는 호수 같습니다. 바다에선 통영 뭍에서 흘려보낸 빛들이 춤을 춥니다. 오가는 파도의 장단에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덩달아 우리는 입가에 절로 탄성을 내지릅니다.
▲ 통영 유람선에서 바라본 통영대교 야경 |
ⓒ 김종신 |
바다에서 마치 낙화놀이 하듯 빛들이 쏟아져 흐릅니다. 흘러도, 흘러도 끝이 없습니다.
충무교를 지납니다. 강구안과 또 다른 모습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흥겨운 탄성도 잠시 통영대교는 입을 다물게 합니다. 지금껏 본 야경은 그저 이 풍경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 통영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강구안 야경 |
ⓒ 김종신 |
아쉬움을 달래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유람선에서 본 남망산공원에 자리한 디피랑.
남망산공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릅니다. 인도 쪽에 어서 오란 듯이 빛으로 꾸며진 벽화들이 환하게 반깁니다. 유람선에서 보던 강구안과 다른 색다른 풍광이 다시금 걸음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표를 끊고 남망산 자락에 꾸며진 디피랑을 걷습니다.
▲ 통영 디피랑 |
ⓒ 김종신 |
유람선에서 본 별천지가 이곳에서는 더욱 또렷하게 빛으로 꾸며진 신세계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도 부끄럽게 만듭니다. 디피랑의 빛들이 사방에서 흘러내립니다. 두 눈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은 카메라 셔터로 대신하지만, 이 역시도 부족합니다.
▲ 통영 디피랑 |
ⓒ 김종신 |
일상과 단절된 디피랑의 세상은 오롯이 나의 것입니다. 이곳에서 어린 왕자가 된 양 걸음은 더욱 가볍습니다. 수많은 빛이 붓이 되어 산과 숲을 거대한 벽화로 만듭니다.
역시 통영으로 오길 잘했습니다. 통영이 주는 밤의 위로, 낭만이라는 보너스까지 챙긴 하루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순살 아파트는 누가 짓나
- 홍익표 "윤석열 정부 '따로국밥 정권'...말 따로 행동 따로"
- 유병호 체포, 안하나 못하나
- 여권의 또 하나의 총선카드... "주식 공매도 금지"
- 오세훈 시장의 10년 꿈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악몽
- 줄 서서 먹을 만... 날 '다른 존재'로 만들어주는 놀라운 음식
- 자신의 새로운 무대로 개조... 북한을 고쳐 쓴 친일파
- "공사장 안은 딴 세상"... 아파트 철근공으로 한 달간 일했습니다
- '메가시티 서울'에 민주 맞불... "김기현, 김포에 출마하라"
- "촌에서 청년이 뭐 먹고 살아?"... 이렇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