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70화. 닐스의 모험
요정의 힘으로 떠나는 환상적인 스웨덴 여행
스웨덴 남쪽의 한 농장에 사는 소년, 닐스 홀게르손은 말썽꾼입니다. 실은 말썽꾼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제멋대로인 망나니죠. 공부도 하지 않고 날이면 날마다 농장의 동물을 괴롭혀서 부모의 걱정도 컸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닐스는 교회 예배를 빼먹고 놀고 있었어요. 닐스를 데려가는 것을 포기한 아버지가 숙제로 내준 성경 읽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낮잠을 잤죠.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눈을 떴을 때 닐스는 기묘한 것을 발견합니다. 양복에 고깔모자를 쓴 작은 난쟁이, 바로 집요정 톰테였죠. 옆에 있던 잠자리채로 재빨리 요정을 잡은 닐스. 당황한 요정은 금화를 내밀며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욕심이 생긴 닐스는 요정을 괴롭히며 더 좋은 선물을 달라고 했죠. 그 순간 무언가에 얻어맞아 기절합니다.
깨어나고 보니, 세상은 기묘하게 변해 있었어요. 뭐든지 엄청나게 컸거든요. 아니, 닐스 자신이 요정처럼 작게 변한 겁니다. 깜짝 놀란 닐스는 마당으로 뛰쳐나갔지만, 요정은 보이지 않았죠. 작아진 닐스를 발견한 동물들은 주변에 몰려들어 꼴좋다며 놀렸고, 닐스는 자기가 동물과 말할 수 있게 된 것을 알았어요. 요정의 행방을 물었지만, 괴롭힘을 당했던 동물들은 알면서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화난 닐스가 평소처럼 돌을 던지고 꼬리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작아진 상태론 불가능했죠. 심지어 고양이는 맹수처럼 달려들며 닐스 어머니가 자신을 잘 돌봐주지 않았으면 닐스를 끝장냈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때 지나가던 기러기들이 닐스 집의 거위 모르텐을 보며 날지도 못하는 새라고 놀렸죠. 화가 난 모르텐은 뛰어 날아올랐고, 그 등에는 동물들에 쫓겨 도망치던 닐스가 타고 있었어요. 하지만, 집에서 기르던 거위가 처음부터 잘 날 수 있을 리 없었죠. 오래되지 않아 모르텐은 지쳐서 떨어지고 맙니다. 처음엔 꼴좋다고 생각한 닐스였지만, 열심히 노력한 모습을 떠올리며 모르텐이 물을 먹게 도와주었죠. 닐스의 도움이 고마웠던 모르텐은 닐스와 화해했지만 기러기들은 모르텐도, 자기가 인간이라고 말한 닐스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기러기들을 습격한 여우를 닐스가 꾀를 내 혼내준 후에야 기러기 대장 아카는 둘을 받아들이죠. 이로써 북쪽 라플란드까지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됩니다. 온갖 장소를 들르면서 여러 체험을 한 닐스는 무사히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닐스의 모험』, 정확한 제목으로는 『닐스 홀게르손의 환상적인 스웨덴 여행』은 스웨덴의 여성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가 쓴 장편 동화입니다. 아이들에게 고국의 지리를 재미있게 가르치고자 했던 스웨덴 교육부의 의뢰로 썼지만, 어릴 때부터 전설과 설화를 좋아했던 작가의 취향이 담뿍 담긴 매력적인 작품으로 완성됐죠. 닐스의 여정에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과 각지의 다양한 전설과 설화가 어우러져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셀마는 1909년 여성 작가로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습니다. 공부를 위해 쓴 작품, 그것도 자칫 유치하다 여길 수 있는 동화란 점에서 더욱 놀라운 결과였죠.
처음엔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된 여정이었지만, 닐스는 그들과 스웨덴 각지를 다니며 자연과 세상을 배워나가죠. 물론 순탄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닐스에게 앙심을 품은 여우 스미레가 계속 방해하는가 하면, 다른 동물의 습격도 받았죠. 닐스를 요정으로 착각한 사람에게 잡히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죠. 뒤늦게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 닐스는 조금이라도 남을 도우려 노력합니다. 날개뼈가 어긋난 회색 기러기 던핀을 구하고, 아카의 친구인 황새도 돕죠.
라플란드에서 기러기와 함께 한여름을 보낸 닐스는 가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집에 다가갈수록 들떴지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슬픈 닐스. 어느 날 대장 아카는 닐스가 인간으로 돌아가려면 거위 모르텐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얘기를 해 줍니다. 닐스에게 저주를 건 요정이 아카에게 전해준 이야기였죠. 닐스가 집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착한 모르텐이 죽을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닐스 아버지가 고기로 팔려고 했던 거죠. 그것은 닐스가 인간으로 돌아갈 기회였지만, 닐스는 자신도 모르게 모르텐을 죽이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닐스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죠. 친구를 위해 인간이 될 기회를 포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요정의 마지막 시험이었습니다.
닐스의 모험은 여행 이야기입니다. 여행이란 경험으로 아이가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하지만 셀마는 어릴 때 몸이 약해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직 책과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설만이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줬죠. 『닐스의 모험』이 멋진 이야기로 완성된 것은, 자기처럼 밖에 나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스웨덴의 20크로네. 1000원짜리처럼 자주 쓰는 이 지폐 뒷면엔 모르텐을 타고 하늘을 나는 닐스의 모습이 앞면엔 작가의 얼굴이 그려졌죠. 이웃집 할머니처럼 친근한 모습에 스웨덴의 옛이야기가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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