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 조기폐경… 호르몬 치료하면 문제 없다, 10%는 임신도"

이슬비 기자 2023. 1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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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조기난소부전 명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성훈 교수

월경은 할 때마다 아프고, 힘들고, 귀찮다. 그러나 막상 폐경될 나이보다 한참 전인 40세 이전에 갑자기 월경이 끊긴다고 생각해 보자. 일단 두렵다. 심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더 이상 여성으로서 성적인 기능을 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분비되지 않아 동맥경화, 당뇨병, 골다공증 등 각종 합병증이 따라오게 된다. 무려 50명 중 한 명 이상의 여성들이 월경 이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조기 폐경'을 진단받는다. 이후 임신은 절대 불가능한 걸까? 치료는 어떻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으로 역임 중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성훈 교수를 찾아가 물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성훈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조기 폐경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폐경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배란, 호르몬 분비 등을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4주기 이상 무월경이면서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가 매우 높을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FSH 수치 기준은 학회마다 다른데, 40 이상으로 규정하는 데도 있고 25라고 얘기하는 곳도 있다. 4주 정도 간격을 두고 두 번 검사해 확인한다. 난소 기능이 정상일 땐 보통 10 미만으로 나온다. 40세 이전에 이 기준대로 난소 기능이 중단됐다고 진단되면 조기 폐경, 40~45세에 진단되면 이른 폐경, 45세 이후에는 그냥 폐경이라고 한다.

-폐경과 조기 폐경은 어떻게 다른가?
평균 폐경 연령은 만 50~51세 정도인데, 조기 폐경되면 적어도 10년 이상 일찍 난소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잘 안 나오는데, 에스트로젠이 있어야 뼈와 심혈관계가 튼튼하다. 골다공증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매우 높고, 심혈관계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인슐린 활용률도 떨어져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증가한다. 생식기 노화도 빨리 진행돼 위축성 질염 등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아직 논란은 있지만 조기 폐경이 오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도 크다는 얘기가 있다. 심리적인 문제는 상당하다. 여성으로써 끝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임신을 원했던 미혼 여성은 아기를 가지지 못해 괴로워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40세 이전 난소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50세 이후 떨어진 사람보다 수명이 2년 정도 짧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 폐경을 진단받았으면 절대 임신할 수 없는가?
4명 중 1명꼴로 다시 배란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이 중에서 5~10%는 자연 임신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기 폐경'이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조기난소부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조기난소부전 환자 유병률은 얼마나 되는가?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1%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흑인에게 잘 발생하고, 아시아인 발병률은 서양인보다 낮다고 전통적으로 보고돼 왔다. 그러나 2019년 발표된 우리나라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유병률은 2.5%로 확인됐다. 조기 난소 기능 부전 환자보단 40~45세에 난소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조기난소부전은 왜 생기는 것인가?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가장 많다. 유전적인 요인이 약 10% 정도는 된다고 본다. 어머니가 조기 폐경이었다면 자녀도 그럴 확률이 상당히 높다.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난소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 터너증후군이라고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부족한 염색체 질환이 있다면 아예 2차 성징, 초경도 나타나지 않는다. 갑상선·부신 피질 호르몬저하증, 제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 내분비 질환이나 효소 결핍 등 대사성 질환이 있을 때도 어릴 때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대학 병원에 있다 보니 가장 많이 보는 사례는 의인성 조기난소부전이다. 어릴 때 백혈병, 소아암 등에 걸려 방사선·항암 치료를 받았거나 자궁내막종으로 한쪽 난소를 제거한 환자에서 주로 나타난다. 에이즈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난소염을 앓았어도 난소 기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또 환경호르몬, 담배, 비만 등도 조기난소부전과 연관됐다는 논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조기난소부전으로 진단되면 다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가?
아니다. 의사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30세 미만인데 조기난소부전이 왔다면 유전자 검사를 권한다. 이때 가장 많이 하는 건 FAR1(Fragile X Mental Retardation 1)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한다. 이 유전자는 가지고 있는 X염색체에 모두 있으면 지체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체장애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증폭 돼있어 조기난소부전이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검사해 FAR1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라면 가계에 정보를 줄 수 있다. 이 사람의 언니, 여동생도 조기난소부전이 올 가능성이 크다. 자손은 지체장애가 올 위험이 큰데, X염색체가 하나인 아들에서 특히 잘 생긴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조기난소부전이 오기 전 예측할 방법은 없는가?
증상만으로 보자면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불규칙해지다가 4주기 이상 월경이 안 나온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항뮬러관호르몬(AMH)에서 가장 먼저 이상을 보인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면 병원에서 FSH보다도 AMH 수치를 먼저 재보는 게 좋다. 물론 이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예측하면 더 좋겠지만, 아직까진 AMH가 가장 빨리 반응을 보이는 바이오 마크다. 현재 다른 마크를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월경이 갑자기 불규칙해지고 무월경 기간이 길어졌을 때 조기난소부전이 아닌 다낭난소증후군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초경 이후부터 계속 불규칙한 사람은 난소부전이 오기 전 더 일찍 병원에 갔어야 한다.

-월경이 잘 안 나오는 또 다른 대표적인 질환이 다낭난소증후군이다. 이 질환을 앓는 환자도 조기난소부전 발병 위험이 큰가?
반대다.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다면 배란이 안 돼 미성숙 난자들이 난소에 매우 많이 쌓여있는 상태다. 오히려 폐경이 다른 사람보다 1~2년 정도 늦게 온다는 보고가 있다.

-조기난소부전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일단 임신은 난제고, 이외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부족한 에스트로젠 보충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에스트로젠만 주면 자궁 내막이 두꺼워진다. 따라서 2주는 에스트로젠만,  2주는 에스트로젠과 함께 자궁 내막이 증식하지 않게 하는 프로제스틴도 병합해서 처방한다. 그럼 월경이 나온다. 다만, 노화된 난자들밖에 없어 임신은 힘들다. 호르몬 치료는 동년배 사람들이 폐경될 때까지 지속한다. 언제 약을 끊을지는 본인 선택에 맡긴다.

-호르몬 치료 없이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가?
조기난소부전 환자는 적극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장점이 훨씬 많다. 폐경 이후 호르몬 요법은 유방암 발병 위험 증가라는 약간의 변수가 있다. 그러나 조기난소부전 환자에게 호르몬 치료하는 건 유방암을 증가시켰다는 위험 보고가 아직 없다. 국내외 여러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조기난소부전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하라고 권장한다.

-조기난소부전 환자가 임신을 강력하게 원할 땐 어떤 치료를 하는가?
5~10%는 자연 임신이 가능하므로 먼저 본인의 난소 상태를 한번 살펴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므로 보통은 자매, 친척 위주로 난자를 공유받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동의한 사람의 난자를 뽑아서 남편 정자와 체외 수정을 시킨 뒤, 환자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조기난소부전과 관련해 최근 어떤 방향의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가?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능이 떨어진 난소에서 이미 퇴화한 난자를 뽑아 체외에서 치료하는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퇴화한 난자에 치환해 넣으면 다시 난자가 건강해지는데, 외국에선 이 난자로 임신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줄기세포 치료, 자가혈 치료술, 마이크로 RNA 치료 등으로도 퇴화한 난자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현재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다.

-예방할 방법은 없는가?
생활 습관 교정, 금연,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기, 운동, 체중 관리 등은 당연하다. 난소부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좋은 보험 장치로는 건강한 난자를 미리 보관해 두는 게 있다. 월경 주기가 이상할 때 빨리 병원을 찾아 AMH를 측정해서 난소 기능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 후 얼마 안 남았다면 건강한 난자를 동결 보존해 놓으면 된다. 만약 미혼이거나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난자를 채취하거나, 아예 난소 조직을 절제해 보존해 두면 차후 난소부전이 와도 임신이 가능하다. 이미 결혼했다면 아예 시험관 시술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켜 배아를 그대로 얼려놓는 게 가장 좋다. 배아가 해동했을 때 임신 성적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조기난소부전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한다면?
마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받은 것처럼 생각하고, 부족한 호르몬 보충하면서 유방 초음파 검사만 잘하면 난소기능이 떨어지지 않은 사람과 다름없이 살 수 있다. 임신은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본인 건강 관리를 생각할 땐 전혀 문제가 없다. 임신도 난소 기능이 아예 떨어지기 직전 단계에서 잘 파악만 되면 난자 동결보존 등으로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성훈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김성훈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 학위를 땄다. 현재 울산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도 방문 조교수로 강의한 이력이 있다. 실제로 만나본 김성훈 교수는 엄청난 강의력의 소유자였다. 어려운 내용도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잘 정리해 설명했다. 환자들도 김성훈 교수를 언제나 친절한 태도로 자세한 설명을 하는 의사로 묘사했다. 김성훈 교수는 학술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반복 유산, 자궁내막증, 불임, 월경장애 등과 관련해 수많은 연구로 100여 편이 훌쩍 넘는 논문을 작성해 왔다. 현재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 대한자궁내막증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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