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용이 실전용 됐다…"이스라엘에 쏜 미사일, 북한제 가능성" [지구촌 위협하는 北무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확전 양상을 놓고 북한 역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한제 무기가 기존에 알려진 포탄 외에 미사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특히 대남 도발용으로 개발한 탄도미사일이 전장에서 실제 사용될 경우 북한으로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한국을 노린 전략무기의 실전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후티 미사일 이번에도 북한제 가능성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예멘 반군 후티가 하마스의 편에 서 이스라엘 공격을 본격 개시한 가운데 북한과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겨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후티 반군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밝힌 미사일이 북한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미 북한은 중동·아프리카에 탄도미사일을 수출한 적이 있다"며 "군사교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제 미사일의 영향력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요격했다고 밝힌 후티의 미사일 3발은 예멘에서 이스라엘까지 15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티 반군이 이 정도 사거리를 지닌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정보는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때 처음 드러났다.
중요한 건 당시 탄도미사일이 북한제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예멘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18년 1월 보고서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 추진체 개선 방식으로 미뤄 해당 미사일이 화성-6(스커드-C)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스커드의 사거리를 1000㎞까지 늘린 스커드-ER로 추정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스커드 계열 중 어떤 종류인지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후티 반군이 북한제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북한제 탄도미사일 또는 개량형을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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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역사, 중동 내 '北 미사일 공조망'
이 같은 분석은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제 탄도미사일 공조망'이 중동에서 촘촘히 유지돼왔다는 그 간의 평가와도 맥락을 함께 한다. 이란을 중심으로 후티 반군,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이 공조 구도를 형성하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제 미사일의 공급망과 기술을 놓고서도 이들 국가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벡톨 교수는 2016년 이란의 자금으로 북한제 미사일이 예멘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란의 경우 북한군이 스커드-B를 실전 배치하기도 전인 1987∼1988년 재정 지원을 조건으로 미사일을 넘겨받았다. 스커드-B보다 사거리가 긴 스커드-C와 노동미사일도 이후 이란으로 흘러 들어갔다. 군 당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황에 따라 북한이 본격적으로 다시 중동에 미사일을 수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北 미사일에 눈독 러시아…軍 "정황 포착"
또다른 전장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런 우려가 이미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군 당국은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이후 활발히 오가는 선박들에 포탄 등 북한제 무기를 적재하고 있으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 KN-25 초대형방사포 등 신형 전술무기 '3종 세트'가 열차나 항공기로 운송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러 이스칸데르, 900발 중 119발 남아"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의 무기 수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위반뿐 아니라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과도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90년대 중동 지역에 미사일을 수출하며 관련 기술력을 빠르게 향상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도 러시아의 실전 사용을 통해 기술력의 검증·보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KN-23·24·25 등 주력 SRBM의 실전 능력을 검증할 기회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경제적 이득은 물론 군사력 강화 목적으로 이번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입장에서 미사일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쟁이 교착 상태로 들어서면서 산발적인 미사일 공습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미사일 비축량과 생산량을 밝히진 않았지만, 주요 핵심시설을 대규모 공습하기에는 '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국방 분야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월간 약 40발의 미사일을 생산하다가 현재는 월간 약 100발을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미 국방부는 전쟁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침공 후 1000발 이상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고 소진 속도가 생산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SRBM인 이스칸데르를 예로 들며 보유한 900발 중 829발을 소모했고, 같은 기간 48발을 충당하는 데 그쳐 119발이 남은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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