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수공장 '2개의 전쟁'에 뜻밖 대목 "포탄 연 200만발 생산" [지구촌 위협하는 北무기]

정영교 2023. 11.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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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3~5일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면서 생산된 방사포를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유럽과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한꺼번에 벌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특수를 맞은 북한의 군수산업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고통받는 가운데 한정된 자원을 군수산업에 우선 배분하느라 주민들은 만성적 민생고에 시달리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김정은 정권은 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투입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본격적으로 마음먹으며 이런 악순환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군수공장들이 '풀 가동'될 경우 러시아에 연간 수백만발의 포탄을 공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전황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양으로, 김정은은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을 또 무기 개발에 투입할 게 뻔하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평시 군수공장을 모두 동원해 생산할 수 있는 포탄량을 연간 200만발 가량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북한, 러시아에 무기 지원 경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은 북한이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를 2000여개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컨테이너에) 122㎜ 방사포탄을 적재했다고 가정했을 땐 20만발 이상, 152㎜ 포탄일 땐 100만발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북한은 남북 대치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재고를 먼저 내줬다면 비슷한 양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역으로 추산할 때 북한으로선 6개월 가량 생산한 물량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탄의 종류에 따라 공정이나 소요되는 원료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지만, 152㎜ 포탄의 경우 200만발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6개월치 생산량을 러시아에 준 건 한·미와 대치하며 나름의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는 김정은으로서는 큰 결단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군수공장은 '풀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이 어림잡는 200만 발은 평시 기준일 뿐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병영국가체제인 북한이 역량을 총동원할 경우에는 평시 대비 2~3배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3~5일 중요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소총을 직접 살펴보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국정원은 북한이 이미 반출한 포탄 약 100만발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두 달 정도 사용 가능한 양으로 분석한다. 김정은이 대러 지원에 '올인'한다면 공급량은 수백만 발로 늘어날 수 있고, 푸틴으로서는 최소 수개월 더 버틸 수 있는 재고를 비축하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선임국장도 지난 1일 통일부 주최로 열린 '북한경제 대진단' 국제포럼에서 "북한이 얼마나 많은 포탄을 생산할 수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수백만발에 이르는 포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김정은은 '국방경제'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무기 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 다녀간 직후인 8월 초 군수공장을 직접 시찰하면서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공장명은 없었지만 중요 군수공장이 밀집한 자강도와 평안남도 지역일 가능성이 있다.

차준홍 기자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북한 김정은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 매체들이 언급한 무기와 사진 등을 근거로 김정은이 강계트랙터종합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등을 방문한 것으로 분석했다. 각종 미사일을 생산하는 평남 남포의 태성기계공장(중·장거리 미사일), 평남 개천의 1월18일기계공합공장(미사일 및 탱크 부품) 등도 방문한 것으로 봤다.

북한의 무기개발·생산 등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제2경제위원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평양 강동군에 있는 제2경제위원회는 한국의 기재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등이 결합한 것과 같은 무소불위 부서"라며 "모든 무기와 장비의 개발·생산·분배는 물론 대외무역까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제2경제위원회가 160여곳의 군수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병영국가체제인 북한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군수산업에 우선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윤 추구가 목적인 일반 방산기업보다 가격·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2015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콩고에 수출한 B-12 107mm 다연장 박격포는 대당 1300달러(약 176만원), BM-21 120mm 다연장 자주포는 대당 6000달러(약 811만원) 안팎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내 민간 회사에서 구매한 BM-21의 대당 가격은 3만 달러(약 4000만원)에 육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3~5일 중요 군수공장 시찰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600mm 초대형 방사포 만져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달 북·러 간 무기거래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수출용 무기 생산이 계속된다면 전반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주문이 급감할 것이고, 북한의 군수산업이 자국 내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에서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예상치 못한 대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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