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1급 세계 정치인’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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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뛰어난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지요. 시진핑은 운도 따랐지만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가는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지도자이지요. 중국의 힘이 강해졌다고 해서 기분이 들떠 권력을 휘두르고 할 시진핑이 아니라고 봐요. 매우 사려 깊은 그는 주변국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조용히 힘을 키워나가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리콴유는 10년 전 펴낸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 "저렴한 노동력의 도움으로 중국은 당분간 고성장을 계속 누릴 것이다. 앞으로 15∼20년은 7~9%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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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뛰어난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지요. 시진핑은 운도 따랐지만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가는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지도자이지요. 중국의 힘이 강해졌다고 해서 기분이 들떠 권력을 휘두르고 할 시진핑이 아니라고 봐요. 매우 사려 깊은 그는 주변국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조용히 힘을 키워나가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중국 최고지도자들을 모두 만나봤다는 리콴유(1923~2015) 전 싱가포르 총리가 2013년에 한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됐고, 중국은 힘을 숨기고 조용히 있기는커녕 힘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주한 중국 대사부터 미·중 갈등과 관련해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니 주변국은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리콴유는 10년 전 펴낸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 “저렴한 노동력의 도움으로 중국은 당분간 고성장을 계속 누릴 것이다. 앞으로 15∼20년은 7~9%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진핑이 잘 해나갈 것으로 봤으니 경제 전망도 틀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5% 안팎이다. 숫자가 작아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한 기획기사 제목은 ‘중국 사회계약의 파탄’이었다. 인민의 정치적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대가로 풍부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중국공산당의 약속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소의 쉬청강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의 반부패운동에 대해서도 “충성스럽지 않은 이들을 숙청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시진핑을 과대평가하면서 예측이 빗나간 것은 실망스럽지만 ‘1급 세계 정치인’으로 불린 리콴유의 통찰을 함부로 무시해선 안 된다. 그의 판단은 대체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는 ‘중앙의 강력한 통제’는 변하지 않을 중국의 대원칙이어서 중국에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어떤 시민 반란도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또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막기 위해 기꺼이 감내할 희생 그 이상을 미국이 무릅쓸 이유가 없다며 대만과 본토의 재통합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이·팔 분쟁은 중동 질서의 암적 존재라서 이것만 제거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리콴유는 “현재로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현재’는 10년 전이지만,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은 전쟁이 한창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리콴유는 또 이란이 핵을 손에 넣을 경우 이스라엘을 향해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중동 국가에 충동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지도자가 충분히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핵무기의 사용을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리콴유는 북한에 대해 “지구상 최악의 나라 중 하나”라고 혐오감을 드러내면서도 미국과 중국이 남북 간 전쟁이나 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현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에 대해선 지금까지 대단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지만, 낮은 출산율과 심각한 사회 갈등을 극복해야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 두 가지 난제의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갈등 사안에 매달려 있느라 인구 문제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골치 아픈 문제는 외면하면서 서로 욕하고 싸우는 것만 재미있어하는 모습이다.
천지우 국제부장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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